울산 도심을 달리며 연말 분위기를 전하던 ‘산타버스’가 운행 중단 기로에 섰다. 최근 부산에서 같은 형태의 산타버스가 화재 위험 민원으로 운행이 중단되면서, 울산에서도 철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해 온 연말의 작은 풍경이 사라질 위기다.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우여객자동차·우리버스는 지난 2021년부터 연말마다 시민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작은 행복을 전하자는 취지로 산타버스를 운영해왔다.
올해 역시 지난 15일부터 중구53번 마을버스 1대를 산타버스로 꾸며 홈플러스 중구점에서 울산테크노파크 구간을 오가고 있다.
초록색 차체의 버스 전면에는 빨간 루돌프 코가 달렸고, 지붕 위에는 사슴 뿔 장식이 얹혀 멀리서도 단번에 산타버스임을 알아볼 수 있다. 정차 중인 버스 앞에 서면 마치 캐릭터 버스처럼 친근한 인상이 다가온다.
내부 역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손잡이와 천장에는 리스와 반짝이는 장식들이 이어지고, 창가마다 산타와 눈사람, 크리스마스트리 인형이 매달려 있다. 좌석에는 빨간색 크리스마스 패턴 커버가 씌워져 있고, 차창에는 ‘Merry Christmas’ 문구와 눈꽃 스티커가 붙어 이동하는 작은 크리스마스 공간을 연출한다.
아이들과 함께 버스를 이용하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산타버스가 단연 인기다.
일부 승객들은 일부러 앞차를 보내고 이 버스를 기다려 탈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아이들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장식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즐거워했다. 일상적인 통학·통근길이 잠시나마 특별한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부산에서 9년간 이어져 온 산타버스가 최근 가연성 장식물로 인한 화재 위험 민원 제기로 운행이 중단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울산 산타버스 역시 비슷한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을 우려해 당초 약 2주간 운영하려던 계획을 접고, 이번 주 중 장식 철거를 검토 중이다.
53번 버스를 운행하는 박래식 기사는 “운행하는 동안 불편하다는 반응은 없었고, 오히려 대부분의 승객이 웃으며 좋아해 주셨다”며 “연말에 2주 정도 잠깐 운영하는 행사인데, 타 지역에서 문제가 되다 보니 울산까지 함께 철거 논의가 이뤄져 아쉽다”고 말했다.
대우여객자동차 관계자는 “전구나 전열 장치처럼 위험할 수 있는 장식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과 시민들의 힐링을 위한 작은 이벤트로 준비한 것인데, 시작하자마자 철거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오는 24일 성남동 눈꽃축제에 맞춰 포토존 운영도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