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13)]‘기후 위기’ 태풍 속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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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13)]‘기후 위기’ 태풍 속 찻잔
  • 경상일보
  • 승인 2026.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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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

지난해 한반도에는 단 한번의 태풍도 상륙하지 않았다. 동아시아에 발생한 30여개 가까운 태풍 숫자에 비해 다행처럼 보이지만 결코 평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것을 대신해서 국지성 집중호우,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대형산불 등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의 연속이었다.

뉴스 속 기후 관련 풍경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마을 전체가 이주를 결정하고,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땅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면서 해안도로가 붕괴되고 북극곰이 살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장면은 현재 진행형인 미래에 대한 경고다.

기후변화의 시선으로 울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울산은 해수면 매립지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이 중심인 울산미포와 온산국가산업단지, 울산신항만, 주거와 생활거점까지 대부분 해안을 인접에 두고 있다. 그러나 바다는 더 이상 묵묵히 버텨주는 배경도 삶의 터전도 아니다. 해수면이 조금만 높아지거나 태풍의 진로가 조금만 바뀌어도 해안가 인근의 도시 저지대는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기후 위기에 대한 울산의 대응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 관계 기관은 해안 매립지와 저지대에 대한 정밀한 침수 위험 지도 작성, 방재 인프라의 재점검, 항만과 산업단지의 단계적 고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탄소중립 산업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단지 내 녹지와 완충 공간 확보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후 위기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일상 삶의 선택에서 시작이 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기후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일, 이런 소소한 실천과 의식이 결국 울산의 미래를 결정한다. 법과 제도 역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현재 해수면 상승을 전제로 한 연안 관리, 매립지 개발 규제, 장기 이주 및 보상 체계 등 우리가 갈 길은 멀다. 기후 위기를 재난이 아닌 상시적 문제로 인식하는 보편적 상황의 인지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울산은 늘 바다와 함께 살아 온 도시다. 이제 바다는 우리 삶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로 다시 바라봐야 할 때다. 오늘 우리가 준비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울산은 산업의 수도가 아니라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 될지도 모른다. 바다가 보내는 조용한 신호를 더 늦기 전에 읽어야 할 병오년 새해 벽두다.

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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