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철 칼럼]30대 1 뚫은 ‘AI 인재’, 울산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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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철 칼럼]30대 1 뚫은 ‘AI 인재’, 울산의 미래를 결정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6.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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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철 UNIST 교학부총장

지난 2025년 12월29일, 세밑의 추위를 녹이는 뜨거운 소식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전해졌다. 개교 이래 최대 규모인 38명의 전임교원을 신규 임용했다는 발표였다. 이번 채용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무려 30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과 임용된 교원의 74%인 28명이 AI와 직접 연관된 전문가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AI 인재 전쟁’ 속에서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울산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학과 간의 칸막이를 허물고 ‘AI 초격차’를 위해 전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 채용을 단행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임용된 인력의 탁월한 수월성이다. 선발된 이들 대다수는 구글,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에서 실무를 경험했거나, 세계 최정상급 대학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낸 검증된 브레인들이다. 세계 시장이 주목하는 인재들이 울산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울산이 가진 산업 데이터의 가치와 미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한 인력 충원을 넘어, 울산이 선포한 ‘글로벌 AI 수도’라는 거대한 함선의 엔진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울산은 2026년을 ‘AI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았다. 새해 첫날 ‘AI수도추진본부’를 신설하고, 7조원 규모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확정 짓는 등 외형적 인프라 구축에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하이퍼스케일의 데이터센터와 최첨단 GPU 서버가 들어찬다 해도, 그 안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인재’가 없다면 그것은 차가운 기계 덩어리에 불과하다. 결국 ‘AI 수도’의 성패는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유입시키고, 그들이 이곳에서 마음껏 연구하며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이 지점에서 UNIST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실리콘밸리의 성장이 스탠퍼드라는 ‘소용돌이(Vortex)’에서 시작됐듯, 울산의 AI 전환 역시 UNIST라는 연구 거점이 지역 산업계와 강력한 자성(磁性)을 형성할 때 가능하다. 이번 대규모 채용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석학들과 신진 연구자들은 울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데이터에 AI라는 날개를 달아줄 브레인들이다. 이들이 만들어낼 ‘현장형 AI’ 모델은 울산형 소버린 AI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며, 이는 곧 대한민국 제조 산업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도권의 거센 인재 블랙홀 현상 앞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울산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울산시의 전폭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연구자들이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고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테크 브릿지 인프라,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정착할 수 있는 교육과 문화, 정주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울산시는 UNIST를 단순한 ‘지역 대학’이 아닌, 울산의 미래 ‘전략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AI 인재들이 울산에서 창업하고 기업을 키울 때 세제 혜택은 물론 주거와 금융 지원이 결합된 전방위적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가 시정의 빛나는 첫번째 성과였다면, 그 데이터센터를 움직일 ‘인재 유치와 교육’이 2026년 울산 시정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돼야 한다.

‘산업 수도’ 울산의 영광은 수많은 숙련 노동자와 엔지니어의 땀방울 위에 세워졌다. 이제 ‘AI 수도’라는 제2의 도약은 UNIST의 연구 역량과 울산시의 행정적 결단이 만나는 접점에서 완성될 것이다. 소용돌이는 임계점을 넘어가야 강력한 힘을 발휘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2026년에도 UNIST의 AI인재 유치전쟁은 계속 될 것이다. 지난 연말 채용한 38명의 신진 교수들이 혁신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도록, 울산시와 UNIST는 이제 한 몸이 돼 움직여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AI라는 새로운 언어로 도시의 운명을 다시 쓰는 이 장대한 여정에 행정의 전폭적인 신뢰와 시민들의 응원이 모여야 할 때다.

배성철 UNIST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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