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CES는 기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회로 주목받아 왔지만 2026년 CES는 그 성격이 분명히 달랐다. 더 빠른 기술과 더 강력한 성능을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이 실제 삶과 산업, 사회 제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묻는 무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번 CES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녹아든 AI’와 ‘피지컬 AI’였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에서 명령을 기다리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환경을 인식하며 현실에서 작동하는 존재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변화는 교육에도 예외 없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목할 점은 CES 2026에서 에듀테크가 단순 응용 기술이 아닌, 교육 분야 혁신을 대표하는 독립 카테고리로 신설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에듀테크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교육에서 AI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학습이 이루어지는 환경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수업에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CES 2026에 소개된 AI 기반 학습 시스템들은 교사의 설명 화면과 학생 개인 기기를 연동해 학습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학생이 어떤 지점에서 막히는지, 어떤 유형의 오류를 반복하는지를 AI가 즉각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설명과 연습 문제를 자동으로 제시한다. 이는 교사가 모든 학생의 이해 수준을 동시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기존 교실 구조의 한계를 보완한다. 수업은 더 이상 일제 설명 이후 개별 학습으로 나뉘지 않고 설명과 피드백이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으로 재편된다.
평가방식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CES 2026에 등장한 AI 학습 플랫폼들은 정답 여부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학습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소요 시간, 시도 횟수, 전략 변화까지 데이터로 기록하고 분석한다. 이 데이터는 성취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학습의 성장 경로를 설계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된다.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온 과정 중심 평가와 형성평가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아동·청소년 교육 영역에서도 변화는 구체적이다. 학습자의 반응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AI 기반 스토리 로봇, 흥미와 수준을 분석해 개인별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맞춤형 학습 플랫폼은 학습자의 참여와 몰입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이는 ‘얼마나 많이 배웠는가’보다 ‘어떻게 학습에 참여했는가’를 교육의 핵심 지표로 삼는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피지컬 AI 시대의 교육은 지식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머물 수 없다. 교육의 중심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어떤 학습 경험을 설계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교실은 정답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피드백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실험 공간이 된다.
이에 따라 교사의 역할 또한 달라진다. 교사는 더 이상 지식의 유일한 전달자가 아니라 AI 기반 학습 환경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학습 디자이너가 된다. 이는 기술 활용 능력을 넘어 학습 데이터 해석 능력과 수업 설계 역량, 그리고 AI 활용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포함하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CES 2026은 미래 교육의 해답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질문은 던진다. 교육은 기술 변화의 결과를 따라가는 영역인가, 아니면 기술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방식을 결정하는 핵심 제도인가. 이제 교육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AI를 기존 수업에 덧붙이는 수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작동하는 AI 시대’에 걸맞은 학습 생태계를 새롭게 설계할 것인가. 이는 단순한 도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 어떤 가치와 역할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판단을 요구한다. 학습자를 기술의 사용자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기술과 함께 사고하고 판단하는 주체로 길러낼 것인지는 교육 설계의 방향에 달려 있다. 결국 교육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학습 경험으로 번역하며, 어떤 인간상을 향해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