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정책을 두고 갈팡질팡하던 정부가 마침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출범 초기 탈원전 기조의 잔상 속에서 신규 원전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정부가 결국 ‘원전 생태계 복구’와 ‘에너지 안보’라는 실용적 판단으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염원해 온 새울원전 5·6호기 유치전에도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이번 결정은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만 재단할 일은 아니다. 인공지능(AI) 시대라는 산업적 대전환기 속에서 국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현실론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시설보다 최대 10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모하며, 24시간 중단 없는 안정적 기저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 규범을 지키면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현실적 대안은 현시점에서 원전이 유일하다.
문제는 그간의 정책 혼선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이다. 대통령은 과거 원전 건설의 현실성을 부정해 왔고, 주무 부처 역시 공론화를 이유로 결정을 미뤄왔다. 그러나 여론이 원전 건설 찬성으로 기울고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비로소 결단을 내렸다.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장관의 발언은 지극히 과학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제 공은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울주군 서생면 주민 4000여명은 이미 지난 2023년 찬성 서명으로 새울원전 5·6호기 유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원전 건설에 따른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정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릴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지자체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에너지 안보라는 냉혹한 현실과 맞물려 이뤄낸 정책적 진전이다. 원전의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해 ‘이재명식 에너지노믹스’의 균형을 찾은 것은 국가적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원전과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에너지 거점 도시의 비전을 제시하며 유치 경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원전은 이제 혐오 시설이 아니라 AI 산업과 울산의 미래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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