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나무 심긴 한 개의 원형화단
경쟁이 필요 없는 독립된 공간에서
두 팔을 쭉쭉 뻗으며 삶의 터를 다진다
둥그런 연못에는 초대된 새들 앉아
몇 모금 목 적시고 솔숲으로 날아가
떨어진 솔방울 쪼며 구애가를 부른다
언제나 누구든지 환영하는 달빛공원
공들인 정성 읽고 모난 맘 털어내고
벤치에 몸 기대고선 은빛 파동 즐긴다
복산동에 위치한 근린공원이다. 인도와 공원의 높낮이가 거의 없다. 볼수록 빠져드는 공원이다. 진입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달빛공원 안내도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곳을 들어서는 순간 달빛을 만날 것이라는 유치한 상상을 하다 나도 몰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원형의 광장에 놓인 벤치도 시선을 끌었지만 주변에 조성된 구조물들이 거의 원형이었다. 작은 디딤돌까지도 둥근 모양으로 배치돼 있어 달의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여기는 온통 동그라미 세상이다. 화단도 자전거 거치대도 작은 연못도 지붕이 있는 의자도 모두 원형이다.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그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몇 걸음 앞 표지판에 “2021년 정원 분야 실습·보육공간 조성사업”이라는 것과 원형의 설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MOON SPACE,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 하늘을 볼 기회가 없는 현대인들이 은은한 달빛으로 치유하며 쉬어가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둥근 것은 모두 달의 모형을 본뜬 것이라는 해석이 되었다. 원형의 화단을 감상하며 걷노라니 배드민턴장 가장자리에 세워둔 또 하나의 표지판이 보인다.
‘제3의 물결’이라는 제목 아래 “달빛 파동이 치는 물결을 모티브로 해서 도시의 화려한 불빛 때문에 달빛이 들어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현실에 착안하여 강에 비친 달빛이 물결을 따라 퍼져나가듯 우리에게도 달빛이 닿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라는 설명글이었다.
안내된 내용을 가슴에 품으니 벌써 내 마음속에는 달이 가득 찬 것 같았다. 원형화단은 식물의 좋고 나쁨을 구별하지 않고 무엇이든 허용하는 것 같았다. 키 작은 식물 뾰족한 식물 볼품없는 식물 등 줄기식물을 위해 길쭉하게 세워놓은 철제기둥까지도 다 품고 있었다. 자신의 공간을 원한다면 기꺼이 할애하겠다는 너그러움과 배려가 달 모형에 깃들어 있었다.
동그란 달 연못에 담긴 물을 먹기 위해 새들이 연못가에 앉아 있다. 그것은 사람에게 구경거리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새들에게 목을 축이며 쉬어가라고 손짓하는 배려와 사랑의 공간이었다.
잠깐 연못을 들여다보다 발길을 옮기니 중간중간에 물이 흘러갈 수 있는 수로가 보인다. 곳곳의 수로를 의미 있게 바라보면서 길게 난 데크 로드를 걸었다. 긴 수로들을 보면서 이곳이 그 옛날 습지였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공원을 들어오는 입구가 여러 군데여서 진입이 편하다. 3호 근린공원인 이곳도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음이 느껴진다. 조금 걷다 쉬고 싶을 땐 벤치에 앉아 주변에 있는 인공의 둥근 달을 만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 감나무 몇 그루도 보인다. 감이 익는 가을쯤이면 더욱 친근한 공원이 될 것이다. 이 공원을 만든 이는 머리로 가슴으로 많은 고뇌를 했을 게 분명하다.
평화로운 파동을 생각하며 달빛공원을 나선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