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우리나라 산업수도다.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모여 있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 풍요로운 산업 현장에서 장애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월평균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에 전체 임직원의 3.1%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민간기업의 실제 장애인 고용률은 3.03%에 그쳤다. 의무를 지키지 못한 기업들은 장애인 한 명당 매달 130만 원가량, 연간 수십억의 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책임을 대신한다. 울산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조선, 석유화학 분야 기업들은 안전 문제와 작업 환경의 특수성을 이유로 장애인 직접 고용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장애인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취업하더라도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4년 하반기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장애인의 고용률은 34.5%로, 비장애인 고용률 62.7%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 권리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권리를 박탈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지분투자형 장애인표준사업장’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장애인고용법 제28조의3과 시행령 제26조의2에 따르면,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설립하고 각 기업이 투자한 지분 비율에 따라 고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모델의 장점은 명확하다. 먼저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고용의 부담을 덜면서도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중공업이나 석유화학 공장처럼 장애인이 일하기 어려운 작업 환경을 가진 기업들도 제조업, 견과류 소분업, 원예, 농업 육묘장, 문화예술 분야 등 다양한 장애인 친화적 사업장에 공동 투자함으로써 의무를 다할 수 있으며, 매년 수십억 원씩 지출되는 부담금을 생산적 투자로 전환할 수 있다.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자본이 안정적이고, 장애인 고용 전문성을 가진 사회적기업이 운영을 맡아 경영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어 지속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면 2배수로 인정받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성, 안정성, 사회적 임팩트 창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이런 모델의 성공 사례들이 늘고 있으며, 대구와 부산, 경남 양산 등지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는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들이 운영되고 있다.
울산의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지분투자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다. 울산시와 지역 대기업들, 그리고 장애인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설립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산업수도 울산이 장애인 고용에서도 모범을 보이는 날을 기대한다.
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 소장 사회복지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