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떤 업을 하는 무언가가 어느 장소에 생길 때는, 주변에 그 업체의 정확한 이름을 어떤 식으로든 계속하여 알리는 게 정상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알려질 때는 정정을 위한 노력까지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본명이 있음에도 가명을 계속 쓰고 있는 곳이 있다.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 이야기다.
지난달 필자는 본지를 통해 올해 개원 예정인 근로복지공단 소속 울산 산재공공병원의 실제 이름이 근로복지공단 ‘울산병원’이며 이미 동일한 ‘울산병원’이라는 종합병원이 30년간 있었던 울산시에선 이 동일명칭 사용이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특히 응급환자들이 병원 명칭 혼란으로 인한 응급실 오방문으로 직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우려되는 점 몇 가지도 이야기한 바 있다. 근로복지공단 측이 이런 혼란 가능성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병원의 이름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보면 공단도 이런 혼란을 예상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공단에 따르면 이 병원의 실제 이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울산병원으로 내정됐음에도 언론에 보도를 할 때는 가명(가칭)인 ‘울산 산재공공병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 병원과 관련된 몇 년간의 기사들을 일일이 찾아봤다.
6년 전인 2020년 근로복지공단은 이 병원에 대해 실시설계 공모를 진행했고 12월에 특정 설계사가 당선되었다고 알렸다. 당시 기사들 제목에서 이 병원을 가리키는 명칭은 한결같이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 혹은 ‘울산 산재전문병원’이다. 2년 뒤인 2022년에는 실시설계가 완료되었다는 기사들이 나왔고 역시 명칭은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이다. 설계를 마치고 1년 후인 2023년 드디어 착공식을 시작한다는 기사들이 나왔고 역시 병원 명칭은 ‘울산 산재공공병원’이며 심지어 당시 착공식 현장에 붙어있는 플래카드까지도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 착공식’으로 되어있다.
2023년 말에는 공단 이사장이 병원 건설 현장에 방문했는데, 보도에 나온 방문 기념사진 플래카드에도 울산병원이 아닌 ‘산재전문공공병원(울산)’이라고 되어있으며, 한창 공사 중인 2024~2025년에도 마찬가지로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기사제목은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 혹은 ‘울산 산재전문병원’ 등으로 소개가 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대표적으로 약 일주일 전 울산 의료계의 새해 전반적인 예상과 관련해 언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도될 때도 이 병원은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이라고 소개가 되었다. 작년 말에 이미 이름이 겹친다는 일부 보도가 나와 실제 이름 관련 이슈가 다뤄졌음에도 그러했다.
이 7년 동안 나온, 세어보기도 힘든 수많은 기사들 중 해당 병원이 대외적으로 ‘울산병원’으로 소개되는 경우는 제목도 아닌 본문 내용 속에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이하 울산병원)’등과 같이 편의상 표현으로 몇번 소개되거나 정말 드물게 본 두어 군데 기사 정도이다. 이렇게 본명을 대중에 거의 노출 안 시키고 굳이 가명을 쓰는 것은 타병원들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드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유래가 없다. 우리나라에 가장 최근 지어진 초대형 병원인 이대서울병원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부지 선정 시부터 시작해 본명이 빠진 적이 없다. 어떻게든 이름을 알려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 노력하고 만약 가명 등으로 잘못 나오면 언론에 본명으로 써달라고 정정요구를 함이 정상인데 울산 산재병원의 경우는 오히려 거꾸로 본명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서두에 이야기했듯, 아마도 지금까지 공단에서 병원을 지었던 다른 지역과 다르게 울산엔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오래 된 종합병원이 있기 때문에, 명칭이 겹치면 혼란이 생기고 논란이 된다는 것을 근로복지공단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계속 가명을 쓰며 논란을 피하다가 개원 직전에야 진짜 이름을 드러내고 논란도 그때 대처하겠다는 생각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공단에선 생각을 바꾸셨으면 좋겠다. 곧 개원할 산재병원도 기존에 있는 울산병원도 앞으로 계속 운영이 될 것이고, 이렇듯 혼란은 정해진 시간에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피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