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정치적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는 당적을 박탈하는 제명을 의결했다. 이에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정치적 봉합’을 주장해 왔던 당내 중진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실상 ‘내전’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이 당과 보수의 주인이다. 기다려달라. 저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서범수(울산 울주군) 의원을 비롯한 친한계 의원 16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장동혁 지도부의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또한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도 “통합이 절실한 때 당의 분열을 초래하고 외연 확장의 장벽이 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따라 울산 정치권에도 야권 분열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울산 지역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범여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협력을 위해 한데 뭉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뺄셈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장 대표에 대해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SNS에 “장 대표가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장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 기자회견 직후 그의 지지자들은 당이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 설치한 천막 농성장으로 몰려가 “지도부 사퇴”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직자들은 농성이 거세지자 천막 입구를 일단 폐쇄했다. 이들은 오는 31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당 밖의 야인이 된 한 전 대표는 제명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6·3 지방선거에 무소속 출마하는 방안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장 또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의 출마로 보궐선거가 발생할 대구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친한계 의원들은 탈당이나 신당 창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개로 지선을 앞두고 보수 야권 연대 가능성이 사실상 와해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천헌금·통일교 ‘쌍특검’ 공조를 통해 싹 텄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조 가능성이 높았으나 ‘더 이상 공조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한 전 대표 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 당의 혼란 상황에 대해 잘 모르지만, 특검 공조와 같은 중차대한 일들이 이런 일에 가려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개혁신당은 한 전 대표가 떠난 국민의힘의 이념 좌표가 오른쪽으로 옮겨갈수록 중원에는 공간이 더 생길 것이므로 개혁신당으로선 6·3 지방선거에서 중도 보수 표심을 더 잡기 위해 국민의힘과 전략적 거리두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만약 국민의힘이 내홍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지방선거에서 완패하고 개혁신당이 선전할 경우 자신들이 향후 보수세력의 중심축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계산까지도 내심 해볼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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