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태의 경제읽기(4)]새해의 출발선에서 본 울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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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태의 경제읽기(4)]새해의 출발선에서 본 울산경제
  • 경상일보
  • 승인 2026.01.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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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태 한국은행 울산본부 본부장
▲ 최정태 한국은행 울산본부 본부장

“사업가들은 늘 경기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경제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IMF나 한국은행의 경제전망보고서를 읽고 있노라면, 세계경제는 늘 높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으며 수많은 경제적 충격(shock)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나름의 방식으로 작동해 왔고, 우리가 이렇게 일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암울한 경제전망에는 일정 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만큼은 이러한 말이 단순한 엄살로만 들리지 않을 정도로,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유난히 혼란스러웠다. 이는 세계 경제가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대표되는 무역질서의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AI로 대표되는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등 다양한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큰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새로운 경제충격(shock)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와 국내경제, 그리고 울산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과 향후 전망을 차분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올해 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2025년 11월 경제전망 및 2026년 1월 경제상황 평가)에 따르면, 2026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 내외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요국의 무역정책 변화에 따른 세계교역 증가세 둔화라는 하방요인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투자의 확대, 각국의 재정·통화정책 지원, 그리고 완화적인 금융여건 등이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 HD현대중공업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 HD현대중공업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관세정책의 영향과 고용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AI 투자 확대와 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 기조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2%대 초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지역은 그간의 금융여건 완화와 독일 등 주요국의 재정 확대 영향으로 1%대 초반 수준의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수출 증가세 둔화와 더딘 내수 회복으로 성장률이 지난해 4%대 후반에서 4%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러한 세계경제 전망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 소수의 AI·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집중, 보호무역 기조의 지속, 지정학적 갈등의 장기화, 주요국의 높은 부채 수준 등은 세계경제의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대외 여건 속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에 비해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1.8%로 지난해(1.0%)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고 그간 부진했던 건설경기가 다소 회복되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은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 둔화되겠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와 반도체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올해 울산경제는 지난해(1% 후반대)에 비해 다소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라는 부정적 요인과 유럽 시장 친환경차 판매 호조라는 긍정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수출이 보합세를 보이겠으나, 내수 판매가 소폭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는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업은 충분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높은 생산 증가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석유정제업은 글로벌 정제설비의 가동 차질 등에 힘입어 정제마진이 비교적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산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지속으로 업황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나프타분해설비(NCC)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서비스업은 양호한 소비심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확장적 재정정책 등의 영향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점차 개선되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건설업은 2022~2023년 중 착공된 주요 기업의 대규모 시설투자와 주택건설 사업이 2026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되고, 이후에는 일감 감소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앞서 살펴본 국내경제와 울산경제의 전망이 대체로 들어맞는다면, 울산의 경제성장률이 국내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는 흐름은 2021년 이후 2026년까지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반도체와 IT 산업에 편중된 국내경제 회복 국면 속에서도 울산의 주력 제조업이 견조한 발전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울산경제의 성장흐름이 일시적인 반등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을 차분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의 분산에너지 특화구역 및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이러한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특히 전통 제조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제조업 AI의 확산을 꾀하고, 나아가 피지컬 AI를 포함한 생산 공정의 고도화를 지속해 나간다면, 울산은 AI 기반 제조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다지며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전망의 목적은 성장률 수치를 맞히는 데 있기보다, 우리가 서 있는 위치와 앞으로의 방향을 차분히 점검하는 데 있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울산경제가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성장의 길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최정태 한국은행 울산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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