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파가 매섭다. 자연스럽게 털 달린 패딩 외투를 꺼내 입는다. 사람이나 동물과 달리 식물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까? 갑자기 추위가 찾아왔을 때 버텨내는 능력을 내한성이라고 하는데, 울산을 포함한 남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내한성이 약한 수종은 겨울 한파를 견디지 못한다. 우리는 너무 흔해서 눈여겨보지 않는 아왜나무나 식나무, 돈나무, 남천 같은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가 서울 쪽 정원사들에게는 귀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낙엽수는 말 그대로, 추운 겨울이 오면 잎을 떨구는 나무다. 떨켜라는 세포층을 만들어 잎으로 수분이 이동되는 것을 막고 줄기와 가지에 영양분을 저장한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해 잎을 덜어 내는 것이다. 가을부터 심어둔 구근은 온도가 점점 내려가야 통통하게 살찌웠던 알뿌리 속에서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겨울눈은 나무가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만든 눈을 말한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 끝에 달린 뽀얀 겨울눈은 겨울 정원의 또 다른 매력이다. 봄 햇살을 받아 광합성을 할 새싹과 번식을 위한 꽃을 솜털로 감싸 지킨다.
한해살이풀은 겨울이 오기 전에 시들어버리고 씨앗만 땅속에 남겨 내년 봄을 기약한다. 여러해살이풀은 따뜻한 땅속에서 뿌리만 추운 겨울을 이겨낸다. 바싹 말라버린 지상부지만 시든 꽃에 눈이라도 오는 날은 이 또한 겨울 정원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첫눈이 폭설로 내렸던 서울에서 지인이 정원으로 나가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겨울이 담뿍 담겨 있었다.

부족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라 했던가? 꽃이 없다, 볼품없다, 화려하지 않다, 시든 후 관리하기 힘들다고 외면해 왔던 식물들이 나름의 모습으로 겨울을 난다. 생명 순환의 한 과정임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심미안을 갖고 겨울 정원을 다시 보면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없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 울산조경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