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사업재편안’ 마련을 지속 주문하고 있지만, 업체 간 입장차 등으로 울산 지역 석유화학업체에서 뚜렷한 안이 도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금융지원 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기업들로서도 생사가 달린 문제인 만큼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OIL,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 NCC(나프타분해시설)를 갖춘 울산의 석유화학 3사는 지난 9월30일 재편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꾸리고 최근까지 수차례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들 기업은 우선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사업재편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만큼,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12월 중 울산에 최적화 된 석유화학 개편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사업재편안에는 기업 결합과 생산 감축 등이 다각도로 고려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3사의 자산 효율성 등 경영 정보를 BCG 등과 공유하는게 불가피한 데, 이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소지가 있다. 이에 3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공정위의 허용 범위 내에서 진행할 수 있게 사전 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다만 내달 BCG의 컨설팅 이후에도 사업재편이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도출된 안에 대한 수용 여부는 업체들 간 자율에 따른 것이어서 실제 유의미한 안이 나오기까지는 3사 간 지난한 협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산, 여수 등은 대다수 감축 업체가 1대 1로 협의를 진행 중인 반면, 울산은 3개사가 얽혀 있어 업체 간 이해관계 등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또 울산은 내년 상반기 기계적 준공을 하는 신설 설비인 S-OIL 샤힌 프로젝트까지 포함돼 있어 여러 각도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국내 석유화학업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주도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국내 총 1470만t인 국내 NCC의 25%에 달하는 370만t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울산은 SK지오센트릭이 66만t, 대한유화가 90만t 등 총 156만t을 보유 중인데 S-OIL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추가로 180만t이 늘어 336만t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지지부진한 석유화학업계 자율 구조조정을 꼬집었다.
구 부총리는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 진정성에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업계 스스로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는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다”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은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고, 먼저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산단·기업에는 더 빠른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금융지원 등을 언급하며 기업에 사업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기업들도 ‘감축’만을 목표로 자구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업계로서는 정부가 제시한 12월 말이 구체적인 안을 내기에 매우 빠듯한 상황이다”며 “지금은 안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고, 정부의 제출 시한에 맞춰 최대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