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행사는 6년 만에 열리는 울산지역 아트마켓이었다. 기대는 컸으나 아쉽게도 울산의, 울산에 의한, 울산만의 아트마켓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와야 했다.
우선 장생포 문화창고는 아트마켓을 열기에 최적의 공간이 아니었다. 아트마켓은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상품은 보기에 좋아야 한다. 그래야 눈길이 가고 손이 가고 지갑도 열린다. 하지만 문화창고와 90개 부스는 진열장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부스에 걸린 작품들은 일자형 조명 하나에 의지해 노출됐다. 그나마 부스마다 조명을 달아놓아 다행이었지만 높은 천고에 비해 조명빛은 충분치 못했다. 타지역 아트페어나 호텔페어처럼 주최측이 제공하는 조명 이외에 갤러리나 작가개인의 조명을 더 설치하여 작품 진열에 공을 들이는 시도는 없었다. 작품판매로 작가에겐 창작의 동기를, 시민이겐 미술품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아트마켓 본연의 취지를 참가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 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공간이 3층과 4층으로 분리된 점도 불편했다. 작품만 걸어놓고 작가 없이 하루종일 비어있는 부스도 많았다.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들으려해도 딱히 물어볼만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어도, 속시원히 가격을 물어볼 수 없어 마음을 접어야 할 상황이었다. 몇몇 부스에서는 작품마다 가격표를 붙여놓기도 했다. 하지만 동행자중 한 명은 ‘본인의 작품이니 귀하겠지만, 아트마켓 상품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가격’이라고 나즉히 귀엣말을 들려줬다.
글로컬 아트마켓은 장생포 문화창고의 개막을 알리는 동시에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겪은 지역작가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어렵사리 추진한 문화행사였다. 문화창고 공간이 아트마켓 장소로는 다소 부적합했으나 울산에서, 지역 미술인이 주축이 돼, 울산의 미술을 알리고자 시도한 점은 평가받을만 했다.
다만 지금은 훌륭한 취지만으로 문화행사의 실수나 허물이 덮히는 시대는 지났다. 울산시민들은 ‘문화불모지’를 운운하던 그 시절과 달라져도 한참 달라져 있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20여년이 흐르면서 이미 공연, 전시, 축제의 홍수를 경험했다. 제대로 된 문화행사인지 그에 못미치는 흉내내기 행사인지 정도는 쉽게 분간한다. 이미 오래 전 안목을 갖췄으나 밖으로 드러내 이야기 하지 않을 뿐이다.
글로컬 아트마켓이라는 행사명에는 지역의 문화예술로 세계를 겨냥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수준으로는 불가능이다. 만에 하나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채롭고 폭넓은 참여작가 섭외, 젊고 감각적인 상품 확보, 최적의 아트마켓 공간 조성, 판매부터 관리까지 아트마켓을 대하는 지역작가 마인드 제고까지 제대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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