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산산조각난 ‘요트 청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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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산산조각난 ‘요트 청년의 꿈’
  • 김현주
  • 승인 2019.09.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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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때부터 ‘선박 기관사’의 꿈 키워온 육강우씨

15살때부터 자격증 취득…6년전 3.5t 요트 겨우 마련

태풍 타파에 파손, 보상 못받아…폐선비용도 감당불가
▲ 26일 일산해수욕장에는 지난 22일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전복돼 결국 완파된 육강우씨의 요트 잔해가 여전히 남아있다.
“엄마, 다 끝났어.” 그 한마디에 어머니 여현정(51)씨의 가슴이 무너졌다. 지난 22일 제17호 태풍 타파로 일산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전복돼 처참히 부서진 요트 2대 중 하나가 여씨의 아들인 육강우(19)씨의 3.5t급 요트였기 때문이다. 아들이 흘려온 땀방울은 물론, 앞으로의 꿈과 희망이 전부 그 요트 안에 담겨 있었다. 6년의 정성과 세월이 산산조각난 모습에 육씨는 할 말을 잃었고 어머니는 차마 그런 아들에게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

여씨는 “어릴 때부터 단 하나의 꿈을 바라보는 아들을 위해 대출까지 내서 마련했던 요트였다. 수리비를 아끼겠다고 강우가 직접 몇 달 동안 매달려 수리를 했다. 아들의 꿈과 희망이 전부 그 요트에 녹아있는데 그런 요트가 부서졌다”며 망연자실했다.

육강우씨는 불과 15살의 나이에 동력수상레저기구 일반조종면허 1급을 시작으로 요트조종면허, 25t급 이하 선박조종이 가능한 해기사 6급 면허를 차례로 취득했다. 전부 국내 최연소다. 이미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선박과 선박수리 공부를 했다. 또 중학교 2학년 때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출장 선박수리를 다니며 돈을 벌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소형 모터보트를 구매할 정도로 열정에 넘쳤다.

어머니인 여씨는 그런 아들을 위해 진작부터 요트를 사주고 싶었지만 감당하기엔 불가능한 가격이었다. 2014년 중고 요트가 매물로 나오자 대출까지 내 시세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요트를 사주었다. 이후 육씨는 6년간 애지중지하며 요트와 함께 선박기관사의 꿈을 키워왔다.

이번에 완파된 요트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보험금은 항해 중 사고에만 지급되기 때문에 자연재해로 인한 파손은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요트 자체가 국내에서 흔치 않다보니 보험의 종류도 적고 보상도 한정돼 있는게 현실이다.

태풍이 지나간지 사흘이 지난 26일. 육강우씨의 요트 잔해는 여전히 일산해수욕장에 남아있다. 새 요트를 마련하는 건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오히려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폐선 비용도 감당이 안돼 당장 치우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씨는 “아들은 아직도 수업이 끝나면 일산해수욕장에 가 남아있는 요트 모터를 들여다 본다. 너무 안타까우니까,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그 엔진만이라도 살려보려고 매일 거기에 간다. 가슴이 찢어져 함께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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