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칼럼]지역소멸의 길, 지역회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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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칼럼]지역소멸의 길, 지역회생의 길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9.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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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감소, 지역소멸, 초고령사회라는 3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자고나면 인구가 줄고, 자고나면 청년들이 떠나버리고 없다. 모든 인구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집중돼 있고, 지역은 소멸의 벼랑 끝에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부울경 메가시티다. 그러나 부울경 메가시티도 그림만 좋지 아직까지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매달릴 수 있는 대안은 부울경 메가시티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처음 발생했다. 여기에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최초로 넘어섰다.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해부터 고령층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역에서는 생산을 담당하는 청년층은 급격히 줄고 사회적인 비용이 높은 고령층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경제적으로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에는 전국 사업체의 47%가 입주해 있다. 본사나 본점을 수도권에 둔 업체는 56.9%나 된다.

지난 7월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특단의 대응이 없을 경우 2030~2040년부터 인구절벽에 따른 ‘인구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라 말한 바 있다. 이 이야기는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이 소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이같은 배경에서 출발했다. 현재 부울경 메가시티의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800만명이며, 2019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은 280조원이다. 3개 시·도는 이를 1000만명, 491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울경의 산업은 아직 바닥 수준이다. 3개 시·도의 산업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산업 종사자는 342만6000여명이며, 사업체 수는 66만4000여개로 전국 사업체의 15.6%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중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예산은 총 52조원이다. 우선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 특별양여금’이 신설돼 내년부터 10년간 정액 지원된다. 이 기금은 지방자치단체의 거점지역 선정·투자, 투자계획 자문, 재정·금융·규제 패키지 지원 등에 쓰인다. 또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메가시티 선도모델 기획·컨설팅과 초광역 시범협력 신규사업에 223억원이 지원된다. 이 밖에도 비수도권 광역 철도·도로 확충 등 메가시티 기반 조성에도 1276억원이 투자된다.

그러나 정부의 지역소멸 사업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아무리 예산을 퍼부어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인구는 막을 길이 없다. 특히 생존을 위해 수도권으로 진입하려는 청년층들의 각오는 가히 사생결단이라고 할 만하다. 전국 곳곳에 찔끔찔금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결단코 지역소멸을 막을 수 없다. 구·군의 소멸을 막으려다 오히려 큰 그림을 그르칠 수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그런 의미에서 일단 최선의 그림이라고 할 만하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만큼 성공만 한다면 다른 지역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3개 시·도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잘못하면 기형적인 또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여기다 정치와 문화, 복지,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들어가 종국에는 난마처럼 풀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울경 메가시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왕 밀어줄 바에야 큰 그림을 보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역소멸과 지역회생의 갈림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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