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울산이 세계 암각화 연구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고 꾸준히 이야기한다.
전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을 지냈고 고대 고분벽화와 한반도를 비롯한 전세계 암각화 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있다.
동시에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로서 역사문화와 인문철학을 섭렵한 역사문화강의를 30년 째 이어오고 있다. 한국암각화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소장을 맡고있다.
전교수가 집필한 책 대부분은 본인의 전공과 관련돼 있다. 동굴벽화서 고대종교에 이르기까지 <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1971년 발견된 국보 147호 울주 천전리 각석을 소개하는 교양서 <글바위, 하늘의 문>, 선사시대까지 포함한 우리네 옛사람들의 생활사를 열두 개 장으로 재구성한 <고대 한국의 풍경> 등 그동안 전교수가 집필한 도서는 그 제목만으로도 연구량의 폭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최근 또다시 신간을 냈다. 성균관대출판부가 펴낸 신간 <고대 한국의 풍경>이다. 전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 57마리가 있고, 종류는 7개 남짓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처음부터 장대하고 인상적인 고래 무리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아니다”라며 “반구대 바위에 고래를 새긴 사람들은 3~4차례 이상 이곳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또 “고래사냥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은 거대한 고래를 어떻게 해체하는지도 돌에 남겼다”며 “인류 역사에서 선사시대 고래사냥은 특별한 사건”이라고 짚는다.
책에는 고래 바위그림 아래에 유독 손가락과 발가락이 강조된 사람 이야기도 나온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신과 소통하는 샤먼의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는 예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한 뒤 진실은 명확히 알기 어렵다고 여지를 둔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직선거리로 1.2㎞ 떨어진 곳에 있는 천전리 각석도 옛 바위그림이다. 전 교수는 선이 또렷한 작품은 역사시대, 흐릿한 그림은 선사시대 흔적으로 분류한다. 그러면서 암수가 짝을 이루는 짐승 그림에는 먹을거리가 될 동물이 잘 번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한다.
그는 바위그림에 이어 청동기, 선사시대 그릇, 고분벽화 등에 있는 무늬를 보며 떠오르는 사유를 마치 에세이처럼 적었다.
전 교수는 연구와 출간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반구대를 다시 들여다본다. 이를 위해 벼루석에 반구대 암각화의 바위그림을 새기고 있다. 이미 5주차 작업에 돌입했다. 전 교수의 작업은 11월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릴 제9회 어라연전각정기회원전에 출품된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