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빈 장인은 1949년 충북 청주 태생으로, 한국전쟁의 여파 속에서 부모님과 헤어져 고아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된다. 선천성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절었던 그는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삶을 연명했고, 이때 당한 심한 폭력과 매질로 인해 그는 한쪽 청력마저 잃게 되는 불운을 겪는다. 방황하던 그를 거둬준 것은 그의 스승이었던 고 황용옥 선생으로, 그는 열한 살의 나이로 스승의 공방에 최연소로 입문, 이후 그의 인생 그 자체가 되버린 ‘북 만들기’ 의 길을 걸어나가게 된다.
이후 약 60년의 세월을 오로지 북 만들기에만 매진하며 북 장인으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경기무형문화재 30호 지정,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 대북, 청와대 춘추관 북, 통일전망대 북 등 나라의 중요한 북 제작에 모두 참여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북 장인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직업상 매일매일 큰 소리에 노출되어야만 했던 그는 어린 시절 상실한 한쪽 청력뿐 아니라, 나머지 한 쪽의 청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한다.
영화는 그렇게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어쩌면 이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자신의 생애 최고의 걸작을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의 시간을 담았다. 그의 대북은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 공연에 사용됐다.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대북을 만드는 모든 과정. 즉 나무를 깎고 가죽을 손질하고 단청을 그리는 등의 그 모든 과정들이 이정준 감독의 카메라에 오롯이 담겼다. 두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 단순하면서도 숭고한 행위는 장인이 평생에 걸쳐 연마해 온 끈기와 열정을 만나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낸다. 21일 개봉.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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