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슈퍼바이러스 같은 감정의 막강한 사회적 전염력
상태바
[경상시론]슈퍼바이러스 같은 감정의 막강한 사회적 전염력
  • 경상일보
  • 승인 2021.10.2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의 하소연을 귀 기울여 듣고 위로하니 기운이 다 빠지고 가슴이 아픈 것을 느꼈어요. 이래서 전 힘든 사연을 듣는 것이 두려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경청하고 공감을 하다 보면 이처럼 같이 그 기분에 젖어 들게 된다. 힘들고 슬픈 내용일수록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젖어 들고 몸과 마음 상태가 비슷하게 동화된다. 사실은 필자도 정신과 의사로서 내담자의 토로를 듣다 보면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희(喜)·노(怒)·애(哀)에 동화되었다. 의사 중 자살률 1위가 정신과 의사인 이유일 것이다.

감정은 우리의 관계와 사회에 퍼지는데 그 전염력이 막강하다. 친한 친구가 웃으면 따라 웃고 분위기가 좋은 곳에 들어서면 즐거워진다. 바이러스를 받아들여 감기에 걸리듯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공포, 슬픔뿐 아니라 기쁨이나 만족감도 마찬가지다. 이는 우리의 뇌와 심장이 주위의 사람들과 동기화 되는 것인데 우리 뇌는 거울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포는 표정, 목소리, 어조에도 공감하여 발화하는데 이로써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발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감정 신호에 영향을 받는다.

실험에서 주사를 맞는 사진을 보여주고 뇌 fMRI 촬영을 하였을 때 모두가 감정을 처리하는 뇌 부위의 활동증가를 보였다. 일부는 통증을 처리하는 뇌부위의 활동도 증가하였다. 또한, 말하는 사람이 생생한 감정 경험을 기술할 때, 듣는 사람의 뇌에서도 말하는 사람의 뇌와 같은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fMRI 촬영으로 확인된 연구보고이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우리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주위 사람들과 분명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증거이다. 심장도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서로 비슷한 리듬을 보이면서 동조성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감정의 동조성은 일상에서도 누구든 실험이 가능한 심리 법칙이다. 상대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 사람의 표정, 말투, 몸짓, 단어를 따라해보라. 그녀(그)는 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감정은 가족, 공동체 안에서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큰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도 전염되어 퍼져나간다. 68만9000명의 페이스북 사용자에 대한 거대한 실험에서 감정전염에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필요한 것은 아님이 밝혀졌다(2004, 크래머와 길로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전해지는 뉴스에 긍정적인 사건을 줄이면 부정적인 게시물을 더 만들어 냈고, 부정적인 뉴스와 내용을 줄이면 사람들은 긍정적인 게시물을 더 많이 만들어 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은 소셜 네트워크뿐 아니라 사회에서 접촉, 접속, 언어적, 비언어적 등 모든 방법으로 감정이 전염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린 코로나블루 증후군으로 우울을 겪어오다 백신으로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접종 이상 반응은 사망자까지 초래해 불안증후군이 퍼졌다. 열과 통증 이외에 심장 쪽에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것은 대부분 심인성 신체화 증세로서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심장의 치명적 문제가 알려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안이 증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상담과 항불안제로 치료하면 좋아진다.

전염병은 사회를 감염시키고 개인의 감정도 전염시킨다. 감정의 전염은 인간관계를 이롭게 하지만 부정적 감정엔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자기 방역이 필요한 힘든 감정은 불안과 두려움이다. 물리적 거리가 필요한 바이러스보다 더 파급력이 강한 생각과 감정의 사회적 전염을 리처드 도킨스는 ‘밈(meme)’이라 했다. 우리 시대의 밈은 무엇일까? 연일 불안과 두려움이 유발되는 내용이 뉴스와 인터넷에서 퍼져나간다. 우리 뇌의 거울 신경세포는 지금도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감정에 동조하고 우리 행동은 따라 하고 있을 수 있다. 두려움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의 대처는 내 안에서 이에 동조하는 뇌와 심장의 불안과 두려움을 긍정적 심리로 극복하는 것이다.

옆 사람의 부정적 감정을 다독거려주고 같이 긍정성으로 해낙낙하게 살아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 사회의 밈의 출발은 내 생각과 감정이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