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구대계곡의 암각화는 대곡리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 그리고 두 암각화를 아우르는 공간인 반구대 계곡을 포함하고 있다. 암각화가 새겨진 공간이면서 배경이 되는 장소로 선사시대부터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와 그들의 바람을 그림과 글로 나타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점씩 그림을 그리고, 한 자씩 글을 새긴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 이곳에 왔을까?
바위에 흔적을 남기는 이러한 행위는 선사시대에만 혹은 신라시대까지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반구대 계곡에서는 두 국보 외에도 여러 점의 각자와 그림들이 확인된다. 이러한 그림과 글이 대곡리·천전리 암각화와 동일한 맥락 속에서 새겨진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그들이 바라는 바를 바위에 남겼음을 말해준다.

반구대 계곡에는 엎드린 거북 형상의 바위인 ‘반구대’를 비롯해 반구서원, 집청전, 모은정 등이 있다.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옥천선동(玉泉仙洞), 반구(盤龜) 등의 각자와 학, 물고기 등의 흔적도 전해진다. 그림과 글자에 투영된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람들이 이 계곡에 의미를 부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중생대 공룡 발자국, 굽이쳐 흐르는 감입곡류천과 흔적만 남은 구하도, 습지 등도 있다. 이들 모두 지질적, 생태적, 역사적으로 포괄적인 문화적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울주 반구천 일원’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됐다. 과거에는 사냥이 성공하기를, 농사가 잘 되기를, 가족이 안녕하기를 바랐겠지만 오늘의 우리에게는 마음의 평안과 휴식을 주는 힐링의 공간이기도 하다. 아마도 세월이 흐른 뒤에도 반구대 계곡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장소가 될 거라 생각된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