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32)]아랫목, 그 따듯한 특석(特席)의 추억
상태바
[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32)]아랫목, 그 따듯한 특석(特席)의 추억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12.14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군불
▲ 이재명 논설위원
어제는 올해 두번째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세숫대의 물이 두껍게 얼고 마당의 흙은 지진이 난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지금은 가스가 집집마다 공급돼 추위에 떠는 사람은 없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난방은 오로지 군불에 의존해야 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군불은 ‘음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방을 덥히려고 아궁이에 때는 불’이다. ‘군불’의 ‘군’은 ‘없어도 되는’ 또는 ‘쓸데 없는’ 등의 뜻이 있다.



검정 이불 껍데기는 광목이었다./ 무명 솜이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있었지./ 온 식구가 그 이불 하나로 덮었으니/ 방바닥만큼 넓었다.//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이불은 방바닥 온기를 지키느라/ 낮에도 바닥을 품고 있었다.// 아랫목은 뚜껑 덮인 밥그릇이/ 온기를 안고 숨어있었다.// 오포 소리가 날즈음,/ 밥알 거죽에 거뭇한 줄이 있는 보리밥,/ 그 뚜껑을 열면 반갑다는 듯/ 주루르 눈물을 흘렸다.…(후략)

‘구들목’ 일부(박남규)



온돌방의 온돌(溫)은 ‘데운 돌()’이란 뜻이고, 구들은 ‘구운 돌’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돌’은 본래 굴뚝을 가리킨다. 온돌은 중국에는 없는 한국의 전통적인 난방법이다. 온돌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중부 지방에 있는 철기 시대 초기의 집터 유적에서 구들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널리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온돌을 발전시키고, 가장 널리 사용한 나라는 고구려였다. <구당서>를 보면 고구려에 온돌문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겨울에는 모두 기다란 구들을 만들고 그 아래에서 불을 태워 따뜻한 열기로서 난방을 한다’고 기록돼 있다.

아랫목은 아궁이와 가장 가까운 쪽의 방바닥을 말한다. 요즘으로 치면 ‘특석’이라고 할만 하다. 속담 중에 ‘나중에 들어온 놈이 아랫목 차지한다’ ‘남편밥은 아랫목에서 먹고, 아들밥은 윗목에서 먹고, 딸밥은 부엌에서 먹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랫목은 특석이었다. 아랫목은 평소 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자리였다. 그렇지만 삭풍을 맞으며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벌떡 일어나 아랫목을 내주는 것이 우리네 예절이었다. 특히 귀여운 손자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아랫목으로 끌어당겨 몸을 녹여주는 새둥지 같은 곳이었다.

요즘에는 난방이 하도 좋아 어지간한 한파는 이겨낼 수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얼어붙은 마음의 한파는 좀처럼 녹지 않고 있다. 따듯한 마음의 아랫목이 절실한 시기다.

이재명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수행평가 민원 시달리던 울산 교사 숨져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겉과 속은 달라-애니원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