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전통장인-산업수도 울산, 그 맥을 찾아서]“사라져가는 전통붓의 명맥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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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전통장인-산업수도 울산, 그 맥을 찾아서]“사라져가는 전통붓의 명맥 이어가야”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1.04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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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꼬리로 만든 8㎏이 넘는 대형 ‘산마필’을 들고 있는 김종춘 장인과 딸이자 전수자 김근애씨.
▲ 말꼬리로 만든 8㎏이 넘는 대형 ‘산마필’을 들고 있는 김종춘 장인과 딸이자 전수자 김근애씨.

“코로나로 공방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잠시 문을 닫았지.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에서 작업하고 있어. 올해부터 인터넷 쇼핑 등으로 붓과 먹을 판매하려고 준비는 하는데…. 물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공방 문도 다시 열 거야.”

1942년 경남 밀양시 청도에서 태어난 김종춘(울산시 무형문화재 제3호 모필장) 장인은 밀양, 대구, 광주 등에서 작업을 이어오다 1993년 운명처럼 울산에 정착해 지금껏 한 길을 걷고 있다. 군 생활을 하던 자녀들이 울산과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장인도 울산이 좋아 울산에 정을 붙였다.

모필장(毛筆匠)은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인 붓을 만드는 사람과 그 기술을 말한다. 먹고살 것이 없던 그 시절 다른 일보다 붓을 만드는 일은 소득이 상당했다.

“14살 때까지 밀양에서 농사를 거들고 있었는데, 인근 붓 공장에서 일하던 기술자는 1년에 논밭을 만 평씩 사면서 부호로 불리는 거야. 당장 그곳으로 가서 기술을 배우면서 모필장의 길로 접어들었어.”

▲ 말꼬리로 만든 8㎏이 넘는 대형 ‘산마필’을 들고 있는 김종춘 장인과 딸이자 전수자 김근애씨.
▲ 말꼬리로 만든 8㎏이 넘는 대형 ‘산마필’을 들고 있는 김종춘 장인과 딸이자 전수자 김근애씨.

당시 붓 공장(필방)에서는 호비칼, 치계, 작죽칼 등 3가지 붓 만드는 도구를 지급하고 월급이 아닌 제작 기술만 가르쳤다. 3년 정도 열심히 기술만 배우면 어디든 가서 밥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인도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부산으로 광주로 대구로 돌아다니며 배고프지 않게 붓 만드는 일을 이어갔다.

“서울에서 일할 땐 꽤 잘 나갔지. 방 한 칸 월세가 1500원 정도였는데 내가 만든 붓 한 자루 가격이 2만원이었어. 당시 인사동에 유명한 대신당 필방에선 품질을 인정받아 대량으로 납품했을 정도니까 돈을 자루로 쓸어 담았다고 할 수 있지.”

▲ 김종춘 장인이 만든 전통 붓.
▲ 김종춘 장인이 만든 전통 붓.

젊은 시절 전국을 돌아다니며 붓 만드는 실력을 자랑했던 김 장인이지만, 전수자인 딸 근애씨와 장남 김중엽씨 등 자녀들과 생활하기 위해 1993년 울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군 생활을 했던 장남 중엽씨는 붓 만드는 일과 함께 장인의 또 다른 장기인 먹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다.

김 장인은 겨울이면 12~1월 딱 두 달 동안만 먹 만드는 일을 한다. 이 시기 먹을 만들면 기포가 생기지 않아 글이 잘 써지고 쉽게 갈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엽씨는 장인을 도와 먹을 반죽해 갈아 쓰는 먹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커피처럼 물만 부으면 사용할 수 있는 결정 형태로 된 먹을 만드는 노력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기술을 지켜보던 근애씨도 전수자로 대를 이어 몽고 야생마의 붉은 꼬리털로 만든 ‘산마필’과 노루 앞다리 안쪽 겨드랑이털로 만든 ‘장액필’의 특징을 살려 전통기술을 배우고 전수 조교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제 천직인 만큼 다시 문을 열 ‘죽림산방’에서 오늘날 사라져 가고 있는 전통 붓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 보렵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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