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원은 29일 중국위기(圍棋)협회에 양국 바둑랭킹 1위인 ‘신진서(22) 9단과 커제(25) 9단의 10번기(十番棋)’ 대국을 지난주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10번기는 두 명의 기사가 10번의 대국을 벌여 승부를 가리는 방법이다.
한국기원은 세부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5판씩 대면 대국 △1국당 승리상금은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지면 0원 △승부가 결정돼도 10국 모두 진행 등의 조건도 제시했다.
대회 총상금은 100만달러(약 12억원)이고 승리 상금과 별도로 1판당 1000만원 이하의 대국료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기원 신진서-커제의 10번기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바둑을 통한 양국 교류 증진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오는 8월24일 10번기 제1국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수개월 전 중국에 구두로 신진서-커제의 10번기를 제안했으나 중국 측에서 난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여러 대회가 밀려있다며 3번기라면 몰라도 10번기는 일정 맞추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해왔다.
무산될 것으로 보였던 신진서-커제의 10번기가 재점화된 것은 지난달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가 끝난 뒤 두 기사가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커제는 농심배 제13국에서 신진서에게 패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팬들과 소통하면서 “신진서가 알파고보다 센 것 같다”고 패배를 자인하면서도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신진서가 돌을 놓기 전에 화장실에 갔다 왔다고 한다”라며 교묘하게 부정행위에 대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신진서는 언론 인터뷰에서 “언행을 조심하라”고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고 “10번기 제안이 오면 무조건 하겠다”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커제 또한 “10번기를 둔다면 패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하자”고 받아치면서 둘의 대결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진서와 커제의 통산 상대 전적은 커제가 11승 7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최근 5번의 대국에서는 신진서가 4승 1패로 커제를 압도했다.
한국기원은 “신진서와 커제의 10번기가 성사된다면 타이틀 스폰서와 후원 지자체 계약은 큰 문제가 없다”라며 “현재는 중국 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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