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포부두 선박사고 나흘째, 배에 남은 2만t 화학물질 처리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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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포부두 선박사고 나흘째, 배에 남은 2만t 화학물질 처리 난제
  • 김현주
  • 승인 2019.09.30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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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강하고 폭발위험 있는

고위험성 화학물질도 다수

추가사고 우려에 접근 신중

태풍 ‘미탁’ 북상 새변수로

사고선박 현위치 정박 결론

선박간 환적 등 대응책 모색
▲ 30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서 국과수, 해경, 소방당국 등의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폭발 화재가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폭발과 화재로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울산 염포부두 석유제품운반선 사고가 발생한지 나흘째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배 안에는 2만t이 넘는 유독 화학물질이 남아있어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제18호 태풍 ‘미탁’까지 북상중이어서 태풍으로 인해 선박에 충격이 갈 경우 화학물질 유출이나 추가 폭발위험 역시 도사리고 있다.

잔존 화학물질의 경우 이미 폭발사고로 불안정성이 증폭돼 작은 충격으로도 다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신속처리돼야 하지만 실제 처리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울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사고 당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는 총 39기 탱크 중 28기 탱크에 14종의 액체 위험물이 적재돼 있었다. 다만 당초 14종 2만7117t이 적재됐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해수청은 폭발한 9번 탱크를 제외한 남은 27기 탱크에 담긴 화학물질이 2만7117t이라고 밝혔다.

9번 탱크에 탑재돼 있던 스티렌모노머(SM)는 액체형태의 화학물질로 인화점이 31℃로 매우 낮은데다 흡입시 독성이 매우 높은 물질이다. 9번 탱크와 인접한 10번 탱크에 적재된 화학물질은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로 인화점이 10℃에 불과한데다 폭발 충격이 강한 물질이다.

이외에도 소방당국이 유출을 막기 위해 냉각수를 400t이나 주입했던 에틸렌디클로라이드(EDC) 역시 흡입이나 피부 흡수시 치명적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성가루 발생 가능성이 높은 트리에탄올아민(TEA·299t)이나 폭발위험이 높은 헥사메틸렌다이아민(HMD·3427t) 등도 실려있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성 잔존 화학물질의 당장 처리가 불가능하단 점이다. 해경과 소방, 해양수산청 등은 감식작업을 위해 선내 다른 탱크에 적재된 화학물질을 하역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가장 여러 방법 중 유력한 방법으로 선박간 환적(STS)이 거론되고 있다.

해수청에 따르면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는 현재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거기다 아직 안에 화재 열기와 유증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섣불리 배를 움직였다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와 비슷한 규모의 선박이 염포부두에 입항해 두 배를 결박한 뒤 배관을 통해 화학물질을 안전한 배로 옮기는 방식이 가장 현재 상황에 맞다는 설명이다.

해수청 관계자는 “앞서 2~3차례 발생했던 선박사고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을 썼다. 이송을 위한 선박은 선사 쪽에서 국제적으로 환적 선박을 수배중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데다 우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의 잔존 화학물질을 빼내려면 이송계획을 먼저 수립해야해서 10월4일 이후에 대리점, 선사, 유관기관 관계자가 전부 모여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와 바우달리안호 역시 선박간 환적을 준비하다가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한만큼 현재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의 상태로 선박 간 환적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울산시와 소방본부, 해수청은 긴급 태풍대비 선박 대피회의를 열어 사고선박을 염포부두에 정박해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해양경찰, 소방당국 등은 이날 합동으로 염포부두를 찾아 화재 선박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현장 확인에 나섰다.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현장 외부 확인에서 최초 폭발 지점으로 추정한 선박 우현 9번 탱크에서 폭발 흔적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날 정밀합동감식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선내에 누출된 화학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진행하지 못했다. 관계당국은 선박 내 탱크에 있는 화학물질을 모두 이적한 후에 정밀감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화학물질 규모와 상태를 확인한 뒤 하역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조치를 할 예정이다. 김준호·김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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