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동구의 미래가 울산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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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동구의 미래가 울산의 미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1.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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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 뜻깊은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되다시피했던 대왕암공원 해맞이축제가 3년 만에 열렸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함께 대왕암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며, 올해는 동구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대전환을 맞이하는 원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7월 민선8기 9대 구청장으로 취임한 이후 6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다녔지만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조선경기의 활력이 여전했던 10년 전 초선 구청장 때와는 지역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주민들의 힘겨움이 가슴을 파고 들 때면 공연히 죄송스럽고 미안했다.

동구를 되살릴 확실한 열쇠가 ‘조선업 경기 회복’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유가 등 글로벌 경제·정치의 역학관계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조선산업 사이클을 우리 주민들의 의지만으로 좌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조선업 살리기에는 우리 동구뿐만 아니라 울산시와 기업, 정부 등 모두가 나서야 한다.

조선업은 석유화학, 자동차와 더불어 산업도시 울산을 키워 온 대표 산업이며 전 세계의 글로벌 해상물류회사들이 주 고객인 대표적인 수출산업이다. 작업공정상 실외작업이 많고 선박마다 사양이 다 달라 일률적인 자동화가 힘들다.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결국 조선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사람의 손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동구지역에는 조선업 불황기인 2016~2018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문자 한통으로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은 앞날이 막막하고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나도 곁에서 같이 울었다.

이때 3만4000여명이 동구를 떠났는데 이중 90%가 산업인력의 핵심인 청년층이었다. 그때 당장 힘들다고 숙련 기술자를 내보내서는 안 된다. 조선업 사이클이 돌아설 때까지 몇 년 만 함께 참고 버티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때 많은 기술자들이 타 지역으로, 타 업종으로 옮겼다. 결국 그때의 실책이 부메랑이 되어 지금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배를 못 만든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 일손부족의 해결책으로 정부는 외국인 인력 수급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 우리는 조선산업을 뿌리부터 되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연 외국인 인력에 의존해서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1970~1990년대에서 조선산업을 일으켰던 산업역군들의 우수한 기술이 우리나라 산업자산으로 잘 전수될 수 있을까? 당장 눈에 보이는 손쉽고 즉효적인 대책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선산업을 밑바탕부터 튼튼하게 다시 세울 대책을 찾아서 모두 함께 실천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는 다단계식 조선업의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하고 임금과 복지를 현실화해야 한다. 노동자들 간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복지격차는 지자체에서라도 메워야 한다. 협력업체를 튼튼히 하는 것도 지역산업을 살리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시설과 문화복지시설을 늘리고 지역 문화와 관광을 활성화해 노동자들의 퇴근 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교육수준을 높이고 보육환경을 개선해 아이 키우는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추진중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쾌적하고 안전한 거리를 만들고,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전담 관리할 공간도 구상중이다. 구직을 단념했던 지역 청년들에게 자신감을 빵빵하게 불어넣어 현장의 젊은 인력으로 활기차게 일하게 하게 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조선업을 임금과 복지가 좋은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살기좋은 동구’를 만들어야 취업을 위해 동구를 찾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정착할 것이다 해답은 결국 ‘사람’이다. 조선업을 다시 일으킬 힘도, 우리가 나아가할 할 방향도 다 우리 주민들에게 있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 가겠다.

올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 아침에 환경미화원들과 거리청소를 하면서 결심을 새롭게 했다. 빗자루 질을 할 때 마다 깨끗해지는 거리를 보면서 우리 지역의 해묵은 숙제도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되는 2023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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