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9일 2023년을 ‘노동시장 개혁 원년’으로 선포하고,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유연성과 공정성, 노사 법치주의, 산업현장 안전 문제 등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일 테스크포스를 발족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통해 상반기내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면 1월17일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을 전면 반대했던 김동명 현 한국노총 위원장이 재선출되면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현 정부 노동개혁 어젠다로 대표되는 노사관행 개선, 근로시간 제도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의 이슈로 양대노총은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근로시간 개혁과제를 속도감 있게 올 상반기에 입법 추진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週)’에서 최대 ‘연(年)’으로 다양화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선안을 2월 중 입법 예고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근로시간 산정 단위를 주 단위로 하는 경우는 드물고, 노사 간의 자율적인 선택을 중시한다. 미국은 이미 연장근로의 한도가 없으며 화이트칼라-이그셈션 제도를 통해 고소득전문직 근로시간 규정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영국은 노사합의시 1주 4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는 옵트 아웃(opt-ou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업무량 폭증 등 사유 발생시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 근로 한도를 월 100시간, 연 720시간까지 인정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주 단위 연장근로를 산정해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의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근로시간 위반시 형사처벌 제재 등이 맞물려 경직성이 심화된 상황이다.
정부의 연장근로 총량 관리(안) | |||||
구 분 | 1주(현행) | 월(1개월) | 분기(3개월) | 반기(6개월) | 연(1년) |
총 량 | 12시간 | 52시간 | 140시간 | 250시간 | 440시간 |
감소없음 | 156시간 대비 90% | 312시간 대비 80% | 625시간 대비 70% | ||
연장근로 한도 | 12시간 | 주평균 12시간 | 주평균 10.8시간 | 주평균 9.6시간 | 주평균 8.5시간 |
도 입 | × | 근로자대표 서면합의 | |||
실 시 | 연장근로 시 당사자간 합의(현행과 동일) | ||||
건강보호 | × |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 |
연장근로 총량관리 도입은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관리단위가 길어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집중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단위기간에 비례해 총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월 단위의 경우 1주 평균 12시간, 분기 10.8시간. 반기 9.6시간, 연 8.5시간 수준으로 연장근로 시간이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연장근로 총량을 감축하면서 노사의 선택권을 확대하는데 의도가 있다.
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위해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 및 차별 해소 등 원·하청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플랫폼종사자 등 노무제공자의 권리보장 등의 정책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조선업종을 시작으로 원하청 상생모델을 확산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토대로 한 파견제도 개편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는 통상임금, 평균임금, 주휴수당, 최저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모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다만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을 둘러싼 노동현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주휴수당 또한, 통상임금 산정이나 최저임금 등과 연계되는 등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노동법은 동일 시간, 동일 장소에서 일하는 집합노동을 전제한 획일적인 규제에 기반하고 있어 일하는 방식의 다양화에 맞춰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하고 유연성을 확장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IT업계의 과도한 장시간 근로는 포괄임금 관행, 야간근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및 야간근로자 보호조치 등에 대한 제도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에는 근로시간 단축, 건강권 보호, 노동의 질 개선을 위한 과제들도 제안되었는데,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다양한 휴가사용 문화 확산, 근로시간 기록·관리 등은 기업의 준비가 필요안 사안이다. 특히 모든 사업장에 대해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의무화하는 것은 중소·영세기업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임금명세서 교부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연공형 임금체계는 저성장과 고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 직장에서 장기고용의 가능성이 낮아진 MZ세대에게는 불공정하며 장기고용을 전제로 연차를 쌓을 수 있는 계층에 유리하다. 직무 및 직종의 다양성을 반영해 임금체계 개편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데, 무엇보다도 기업내 임금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시장임금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임금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노동통계국(BLS)과 같이 노동통계를 수집·관리·분석해 통합형 임금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통계자료를 확보해 체계적인 임금직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가 바뀌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임금체계 검토, 기업임금정보공시 도입 등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이다. 임금체계가 없고, 최저임금 수준을 단일임금으로 활용하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그나마 체계적인 임금체계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