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되고 나서 전국적으로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는 등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은 사망사고는 감소했으나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한 해 1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부상자는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며 안전의 사각지대가 되는 등 대·중소기업 및 공사규모별 따라 안전관리에서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 공사현장 안전관리 미비 사각지대
지난 12일 찾은 울산 중구 반구동의 3층짜리 상가주택 건설 공사현장. 연면적 389㎡의 소규모 공사현장인 이곳은 공정률이 약 40%로, 콘크리트 타설을 앞두고 철근 배근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 소장이 안전관리 책임자로 지정돼 있으나, 소규모 공사현장이다 보니 곳곳에 안전과 관련해 미비하거나 허술한 점이 발견됐다.
우선 철제 비계(안전 발판) 사이에 낙하물 방지망이 설치돼 있지 않아 낙하물이 떨어질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또 멀티탭 전선의 피복이 벗겨져 감전의 우려가 있었고, 특히 공사자재를 옮기는 ‘자재 인양구’를 합판 등으로 덮어놓지 않아 인부가 추락할 우려도 제기됐다.
이 뿐 아니라 현장 내부의 폐자재와 공사 집기류, 각종 쓰레기 등도 어지럽게 방치돼 있다. 현장을 점검한 안전보건공단 울산본부는 ‘자재 인양구’ 덮개 부분에 대해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박상호 안전보건공단 울산본부 건설보건부장은 “소규모 건설 공사현장 치고는 이 곳은 안전 관련해서는 중간 이상 정도 보면 된다”며 “상당수의 소규모 공사현장은 안전수칙 준수는 물론 안전조치가 미흡하거나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중소 건설업체의 현실상 안전수칙을 완벽하게 지키는게 쉽지 않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공사 책임자인 50대 현장소장은 “요즘 공사현장에는 사람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구하더라도 나이가 70대 전후의 노인들이어서 안전수칙을 지키라고 얘기를 하더라도 잘 듣지 않는다”며 “또 관공서나 노동부에서도 안전 관련 요구하는 서류가 너무 많아 별도로 직원을 채용해서 이 일을 맡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울산 산업재해자 수·재해율 등 1년전 보다 증가
반면 대형 건설사 등이 시행하는 건설현장의 경우는 안전수칙 준수와 작업환경 등에서 크게 대비되고 있다.
실제 이날 찾은 중구 성남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은 현장 입구 출입부터 철저하게 관리했다.
대형트럭 운전자를 위해 신호수는 ‘신호수’라고 적힌 커다란 안내판을 부착하고 드나드는 공사차량을 수신호했다. 또 공사현장 내부는 불시 점검에도 깨끗하게 청소 및 정리돼 있었고, 철제 비계에 낙하물 방지망과 계단에도 혹시나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방지망이 설치돼 있었다.
■최근 5년간 산업현장 사고 사망자 발생 현황 | |||||
구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울산 | 22건 | 25건 | 26건 | 22건 | 14건 |
전국 | 971건 | 855건 | 882건 | 828건 | 874건 |
이뿐 아니라 작업현장 곳곳에는 근로자 안전 10계명을 비롯해 ‘등락위험 안전대 미착용 시 귀가조치’ 등의 안전을 위한 문구가 게시됐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중국어와 베트남어 등 3개 국어로 함께 표기해놓았다.
이 아파트 건설현장 안전관리자 송남주 부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고 있으며, 위험작업시에는 위험요인과 함께 대책을 게시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처법이 시행되고 나서 울산지역은 사망사고의 경우 2021년 21건에서 2022년 14건으로 크게 줄었으나, 부상 등 각종 산업재해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울산의 산업재해자수는 4582명으로 전년도 3853명에 비해 18.9%나 증가했다. 재해율도 0.83%에서 0.96%로, 사고재해율도 0.57%에서 0.64%로 각각 늘었다.
전상헌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울산지역의 중대재해는 줄었으나 사고재해율이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이 기획기사는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문화 확산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