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90)]춘천 칠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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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90)]춘천 칠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3.05.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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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소양대로 한복판에 칠층석탑이 보인다. 명실공히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재다. 근처에 보물인 근화동 당간지주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일대에 큰 규모의 사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탑은 잘 가꾸어진 작은 공원의 중심에 서 있다. 공원 주변은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고, 옆으로 골목길이 이어진 옛 동네가 고즈넉하다.

춘천 칠층석탑(사진)을 중심으로 탑거리길 탐방로가 있다. 문화재는 물론 춘천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둘러 볼 수 있는 길이다. 한나절 걷기 좋은 코스다. 포니 브릿지, 소양로 비석군과 소양강 스카이 워크도 걸을 수 있다. 춘천의 옛 모습이 남아있는 소양로 성당, 강동 대장간, 구 아세아 극장을 돌아 볼 수 있다.

보물인 칠층석탑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낮게 가라앉는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 손상을 입은 흔적이 역력하다. 총탄에 맞아 지붕돌마다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시커멓게 그을러 매끈한 화강암의 자취는 간데없다. 1940년대 촬영한 사진에는 석탑이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불교를 억압하던 시대와 일제 강점기에도 건재했던 석탑이 전쟁만은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전면 보수공사로 어느 정도 본 모습을 찾았다.

위층 기단의 갑석위에 놓인 연화문 굄돌이 눈길을 끈다. 꽃잎이 위로 향한 앙련이다. 일층 몸돌을 받치는 굄대를 두는 것은 고려석탑의 특징 중 하나다. 덕분에 연꽃 같은 부처님 말씀이 활짝 피어오르는 듯하다.

오월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축제의 달이다. 아침부터 탑 주변은 생기가 넘친다. 공원을 가로질러 출근하는 사람, 책가방을 멘 학생들도 지난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나와 가벼운 운동을 한다. 서툴게 자전거 타는 딸을 바라보는 아빠, 볼이 붉은 아기를 안고 나온 엄마도 오월 속에 있다. 아침 햇살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석탑도 걸림 없이 하늘로 솟는다. 이 만한 잔치가 없다.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 마음에 인등 하나 밝힌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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