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폭염은 끝나지 않았는데…물 쓰듯 전기 쓰다 낭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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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폭염은 끝나지 않았는데…물 쓰듯 전기 쓰다 낭패본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8.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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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올여름 폭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장기화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9월 초까지 낮 기온이 섭씨 30℃가 넘을 것이고 한동안 열대야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온열질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19일 기준 온열질환자의 수는 2484명, 추정 사망자는 30명에 달한다고 질병관리청이 밝혔다.

폭염이 지속될수록 냉방수요는 늘어갈 것이고 그에 따른 전력 수요량도 급증할 것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 기준 1시간 평균으로 100GW(기가와트)가 넘는 전력이 사용된 것으로 추계됐다고 한다. 1시간 평균 전력총수요가 100GW를 넘어선 것은 전력수급 역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추계치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평균 최대전력 총수요가 100GW를 초과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데이터 산업 등이 고도화하면서 전력수요가 급격히 팽창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2007년 7월 최대전력은 57.913GW에 불과했다. 불과 16년 만에 최대전력 총수요가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대전력 100GW 시대’에 대비한 송·배전망 확충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전력 사용량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태양광 등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원 등이다. 앞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원의 비중을 늘리며 아울러 원자력 발전의 비중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작정 전력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무분별한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발명되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로 더욱 많은 에너지원을 요하게 되고 그에 따른 생각지도 못한 재난을 당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얼마 전 ‘더 데이스’(THE DAYS)라는 재난 영화를 공개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영화였다. 원전폭발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직원들과, 사태처리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나 기업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다루었다.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은 후 발전소 소장이 내뱉은 독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950년대 2차대전의 패배를 딛고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룬 일본은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핵연료인 우라늄­235 1g이 생산하는 에너지는 석탄 3t과 맞먹는다. 원자력을 밝은 미래의 에너지로 보고 후쿠시마의 언덕을 무너뜨리고 바다에 방파제를 세우고 토지를 개간해 원자력 발전소를 세웠다. 그리고 40년 후 발전소를 해체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손대지 못한 핵연료는 아직 원자로 안에 남아 있다. 2019년이 돼서야 폐연료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추출 및 보관방법은 먼 미래의 일로 남겨놨다.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지만 발전소로 인해 떠난 야생동물들이 돌아오고 밤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을 보게 됐다. 예전의 후쿠시마를 찾은 걸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은 얼핏 값싸고 탄소배출도 줄이는 유익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1972년 미국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한 보고서에서 이미 ‘인간이 해결책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기도 전에 원자력에 운명을 맡겨버렸는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방사능 위험을 무시한 채 이미 건설한 원자로를 계속해서 사용하도록 부추긴 강력한 정치적 압력이 존재했을 것이다.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원자력 계획의 실행을 늦추는 것이야말로 유일하게 신중한 태도이다. 폐기물 통제 방법을 알 때까지 원자로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면 점점 더 증대하는 에너지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 원자력이 없다면 이미 계획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으므로 책임을 통감하는 수많은 사람은 전력을 포함하는 온갖 에너지 형태를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E F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공감되는 말이다. 남은 여름 불필요한 전력사용을 줄여보자.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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