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플랜트 업계, 입찰 제도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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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랜트 업계, 입찰 제도 개선 시급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8.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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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상범 한국전기공사협회 울산시회 회장

울산시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산업수도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런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중소 기업들이 동력을 지탱하는 핏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에 420여 전기공사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라는 특성상, 울산지역 전기공사기업의 대다수가 많든 적든 플랜트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업무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대·중·소 기업 간 상호 협력과 상생의 가치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상생이라 말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전기공사기업을 상생의 파트너가 아닌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관급 공사와는 달리 민간부문인 플랜트 업계의 입찰제도는 중·소 전기공사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문제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과다경쟁 유도로 인한 제 살뜯기식 입찰제도이다. 울산지역 과반이 넘는 업체가 플랜트 업계에 몸담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과다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협력업체 수가 크게 어려운 조건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입찰 가격만이 낙찰의 조건이 되다 보니, 협력 업체 모두가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가격을 써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부당한 출혈 경쟁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는 대기업의 태도다. 모두가 알다시피 저가 수주는 당연히 시공 품질 저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무조건적인 저가 경쟁을 유도하는 현재의 입찰제도가 아닌 최고의 시공 결과를 낼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둘째, 최저가 입찰로 인한 불합리함이다. 관급 공사의 경우 적격심사제도(낙찰 하한가율 보장)로 인해 지나친 저가 경쟁을 지양하고, 적정 공사비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 전기공사기업은 최소한의 공사비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최고의 시공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민간 영역인 플랜트 업계는 이런 최소한의 장치가 보장되지 않고 무조건적인 최저가 입찰을 시행중이다. 이런 제도로 인해 중소 전기공사기업은 낙찰을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낮은 금액으로 공사를 수주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모든 것에는 그에 맞는 적정한 값이라는 것이 매겨지는 것이고, 전기공사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입찰제도는 기형적인 저가 수주를 강요하고 협력업체라는 미명 아래 중소 전기공사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저가수주는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이어져 안전사고 발생률 또한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입찰제도가 결국 시공품질 저하와 안전사고로 이어지게 되면, 발주자인 플랜트 기업 또한 손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승자없는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 저가 입찰이 아닌 적격 심사제도 등의 새로운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노임 단가의 늦은 반영이다. 정부는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노임 단가를 공시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건설업계 인건비 책정이 되는데, 민간영역인 플랜트 업계는 공시된 인건비의 적용이 바로 되지 않고,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실제 공사 현장과 지급되는 인건비 간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에 대한 부담은 협력업체가 떠안을 수 밖에 없다. 협력업체의 입장에서는 다음 해에도 협력 업체 연장계약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산을 요구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전기공사기업은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동력으로써 산업의 핏줄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고,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전국 2만여 전기공사기업들도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어려운 현장 여건 속에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상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대기업에서는 말로만 협력업체라고 할 뿐, 교체가능한 부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든다. 대­중·소 기업간 상생의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의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홍상범 한국전기공사협회 울산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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