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길을 걷는 중 뒤에서 비틀거리며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낀다. 덜컥 무서운 마음에 바쁜 걸음을 재촉하지만 뒤따라 오는 소리도 커진다.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앞으로 달린다. 뒷사람은 나를 따라잡지만 그는 그저 자기 가는 길을 가는 사람이었다.
동료들과 저녁자리를 가지고 시내 번화가에서 음료수를 나눠마시는데 지나가는 행인이 시비를 건다. 우리는 다섯명이고 상대는 한 명이지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만지작 거리자 덜컥 겁이 난다.
나도 한 번쯤 겪어봤고, 주위 지인들도 한 번씩 겪는 우리 일상의 모습이다. 이제 크고 작은 공포가 우리 일상에 너무 가까이 자리잡았다. 어느새 흉흉해져버린 일상이다. 실제 가해의사를 가진 자의 범죄 예비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내 마음에서 두려움이 더 큰 공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경우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공기 속에 흐른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모르는 사람 사이 가볍게 인사나누는 것 조차 어색하게 느껴진다.
공포는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가해자로부터 공포를 전달받은 자는 분노와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와 분노는 방어기재와 보상심리의 작동원리에 따라 곧 타인에게 전파된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상심리 범죄가 발생할 때는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지만, 이후 이상심리 범죄가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자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몸과 마음을 움츠리기만 한다. 이런 분위기는 단순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이상심리 범죄가 아니라도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당장 밤거리를 혼자 다니는 것이 겁이 나고, 번화가에 여럿이 함께 있어도 조심스럽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이상심리 잠재 범죄자가 많았나 할 정도로 전국 곳곳에서 이상심리 범죄가 보고된다. 마치 평소 숨겨져있던 폭력적 본성과 타인에 대한 가학심리가 흉흉한 세상을 핑게삼아 표출구를 찾는 것 같다. 이 흉흉한 분위기를 털어내고 싶고, 다시 안전하고 밝은 거리를 보고싶다.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국가에서 강력한 치안력을 발휘하고 범죄자를 엄벌에 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건 국가가 할 일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좋은 기운은 좋은 기운을 부르고, 나쁜 기운은 나쁜 기운을 부른다. 밝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범죄를 하려는 자도 움츠러들게 되나, 어두운 분위기에서는 범죄자들이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흉흉한 분위기는 사람을 실제로 흉흉하게 만든다. 남탓할 일이 아니다.
흉흉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지 말고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 나부터 웃자. 나부터 배려하자. 나부터 인사를 건네고 나부터 손을 잡자. 작은 곳 가까운 곳에서부터 따스함을 만들어 간다면, 그 것도 곧 분위기가 될 것이다. 상대가 나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면 웃으며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배려가 있어야 하고, 내 마음 속 분노 스위치가 켜질 때는 ‘아 내가 화가 났구나.’라는 알아차림을 빨리 해 그 분노의 마음이 타인에게 공포로 전염되지 않게 불을 꺼야 한다. 우리 그렇게 가까운 곳 작은 곳에서부터 다시 따뜻하게 인사하고 정이 흐르는 사람 살 만한 분위기를 만들어가자.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배려하는 그 분위기가 나를 지키고 내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는 최고의 호신수단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법도 사람사는 세상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이상심리 범죄도 사람 사는 세상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따뜻하고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나부터 그렇게 만들어보는 하루를 시작해보자.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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