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는 죽어나는데 뜬금없는 세계 최대 성경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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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는 죽어나는데 뜬금없는 세계 최대 성경책?
  • 경상일보
  • 승인 2023.09.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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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태화사를 복원하고 살티공소 인근에 세계 최대 성경책을 제작하는 ‘지역 랜드마크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예산을 추경예산안에 편성했다.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5일 성경책 등 울산지역 랜드마크 사업과 관련해 예산편성 시기와 적정성 등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를 했다. 의원들은 시급성을 요하는 다른 사업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성경책 제작과 태화사 복원이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울산시의 구상에 따르면 시는 상북면 살티공소 주변에 천주교 전시관을 만들고 이 곳에 세계 최대 성경책을 제작, 전시할 계획이다. 살티공소는 울산부산권의 천주교 성지로, 많은 신자들이 박해를 받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시는 이 일대에서 석남사로 가는 순례길을 조성해 관광명소로 삼을 예정이다.

이와함께 시는 신라시대 사찰인 태화사를 복원하는 계획도 밝혔다. 태화사는 울산을 상징하는 사찰로,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고증작업을 거쳐 태화사를 복원하면 울산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뜬금없이 웬 종교시설이냐는 반응이다. 특히 전국이 깊은 불황을 겪고 있는 마당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종교시설을 관광산업이라는 명목으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더욱이 많은 예산을 들여 특정 종교시설을 건립할 경우 시민들간 불신이 조장될 뿐만 아니라 자칫 지역사회 분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울산 대표 축제였던 처용문화제의 경우 특정 종교단체서 극심하게 반대해 시민들간 분열이 발생한 바 있다.

태화사 복원도 가볍게 랜드마크 건립 차원에서 다룰 일이 아니다. 태화사는 울산의 상징이자 뿌리를 이루는 근간이다. <삼국유사> 등 역사 기록에 따르면 태화사는 선덕여왕 때 자장이 통도사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하는 사찰로, 중국에서 가져온 부처의 가사와 사리를 황룡사 구층탑, 통도사의 계단, 태화사 탑에 봉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10년만에 복원된 태화루에 비교하면 태화사 복원은 함부로 거론하기조차 조심스러운 울산의 정신이다.

랜드마크는 잘 못 만들면 오히려 흉물로 남기 쉽다. 시는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 랜드마크가 부족하다’며 예산편성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기업인 흉상 건립과 같은 무모한 랜드마크는 두고두고 오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은 지금 랜드마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들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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