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진정한 체화(體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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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진정한 체화(體化)
  • 경상일보
  • 승인 2023.09.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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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토요일 아침 8시. 한가로운 주말 아침의 상쾌함을 즐거이 누리기에 완벽히 좋은 시간이지만, 익숙한 듯 긴장되는 마음으로 노트북의 파란 화면을 마주하고 앉는다. 주말 아침인데도 이리 긴장하며 눈을 비비고 앉는 이유는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채워주는 분들이 계셔서이다. 울산과 부산, 그리고 서울에 있는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스무 명 가까운 영어 선생님들과 우리의 성장 발걸음을 지켜보고 함께 해주시는 SG English Mentors의 대표이자 통합영어학습법 개발자이신 김성길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 나눔 시간으로 토요일 아침이 차곡차곡 채워진다.

5년 전 시작된 울산·부산 통합영어학습법 교사 연구회 선생님들이 매달 진행했던 공동 워크숍이 해를 거듭할수록 탄탄해져, 이제는 매주 만나 수업 사례 발표를 하고 서로의 수업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개선점도 찾고, 올바른 방향의 수업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듣기 수업, 전문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토익 수업,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능 수업, 그리고 학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 등 주제도 다양하고 가르치는 대상도 다양하다. 대상이 같은 학년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환경과 학생들의 영어 수준 그리고 학교와 학급의 학습 분위기는 다 다르기에 개별화 수업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요소와 요인들을 고려해 어떻게 영어 수업을 해야 할까를 다 같이 모여 골똘히 고민하며, 보물찾기하듯이 찾아내려 한다.

김성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수업의 핵심 중의 하나는, 아무리 다양하고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말하기, 쓰기 관점에서의 영어 학습’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학습을 위한 영어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말하기, 쓰기 관점에서 영어 지문을 정확히 읽고 이해해 그 힘을 바탕으로 실제로 영어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수업의 핵심이자 중요한 학습 과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공부 과정에서 이해가 안 되면 일단 외워서 결과만을 남기고 대충의 의미 파악만 하려 했던 예전 공부 방식과는 너무나 다른 방법이다.

바로 지난주 토요일 모임에서는 문법책에 봤던 ‘as 원급 as 구문은 ~만큼 ~한이라는 뜻을 가진다’라는 이 문법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미는 생각하지 않고 마치 수학 공식 외우듯이 넘어갔던 나는 이 문법의 의미와 쓰임을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을까? 실제로 내가 영어로 말할 때도 쓸 수 있을까를 물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익숙하게 생각하는 문법이었지만, 말하기와 쓰기의 관점에서 정확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말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배운 것을 꾸준히 연습하고 실천하며 실제 내 안에서 살아서 쓰일 수 있도록 체화하는 과정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이제 더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아느냐가 아닌, 얼마나 깊이 있게 체화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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