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관광지 손님은 뜨내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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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관광지 손님은 뜨내기가 아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9.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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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며칠 전 우리 회사 여수 발전본부에 출장을 갔다가 밤에 여수 밤바다를 구경할 겸 여수의 명물 낭만포차 거리에 들렀다. 가게들을 꽉 채운 많은 사람들이 막바지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돌문어, 멍게, 해삼에 소주 한 병과 함께, 술보다는 분위기에 취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전형적인 관광지 여수 낭만포차에서 술을 마시며 관광지 음식점과 관련해 두 가지 생각을 해봤다. 바가지 요금과 호객행위 문제다. 먼저 바가지 요금은 관광지의 가장 큰 병폐다. 좋은 사람과 좋은 경치로 들뜬 기분에 찬물을 끼얹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행위다. 장사꾼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이유는 그 손님을 다시 볼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 보고 말 손님, 땡길 수 있을 때 왕창 땡기자는 심보다.

그런데 명승지 관광객이 정말 뜨내기로 한번 오고 말 손님일까? 사실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다. 전국 곳곳 구경할 곳도 많은데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리고 몇 번 온다고 하더라도 그 몇 번을 오는 것만으로 얼마나 돈을 쓸 것인가? 그런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한 번에 바가지 요금으로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 손님은 한번 오고 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어느 관광지를 갔다 오면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다. 나중에 그곳을 방문하려고 하는 친구들은 그 사람에게 음식점이나 가 볼만한 곳을 묻지 않겠나? 특히 요즘은 인터넷 후기도 있지 않은가? 그 한 손님은 결코 한 번만 오는 손님이 아니다. 한 명이 열 명이 될 수도, 백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손님 한명 한명에게 정성을 다하는 가게, 주위 모든 가게들이 바가지 요금일 때 정직한 요금으로 승부하는 가게, 이러한 가게는 바가지를 씌우는 다른 곳들에 비해 탁월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은 호객행위 문제다. 사실 여수 ‘낭만포차 거리’에서도 얼마 전까지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숱한 호객꾼들이 손님들을 잡아끌어 손님들의 기분을 망치고, 서로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단다. 가게에 들어가서도 메뉴판과 다른 상품을 소개하고 조금만 바꾸어 제공하고는 가격을 더 요구하기도 하고, 가게로 들어오면 바로 주문을 받고 좌석에 안내하고는 다시 호객하느라 바빠 더 이상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호객행위가 시끄러워 대화가 힘들 정도이다.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는 호객행위가 전혀 없었다. 우리는 몇 개의 가게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다가 마땅한 안주거리가 없어 다른 가게로 갔다. 너무나 편안히 가게를 쇼핑하면서 선택했다. 얼마 전 호객꾼들에 대한 관광객들이 불만이 팽배해지자 여수시에서 호객행위 단속용 CCTV를 설치하고, 낭만포차 상인들도 서로 호객행위를 하지 않기로 자정 결의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가!

호객행위는 고객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같은 경우 호객꾼이 있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 바가지를 씌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가? 호객꾼을 두는 것은 호객꾼들에 대한 비용만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고객 수를 줄이게 한다. 호객꾼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하는 경우라고 해도 거부감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관광지 음식점에서는 호객행위를 한다. 다른 가게로 갈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뺏어오고 싶은 것이다. 당장의 눈앞 이익만 보면서 서로 출혈경쟁을 한다. 전체적인 관광객 수를 줄여 장기적으로 서로 손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쫓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근시안이라며 안타까워한다.

많은 유원지나 관광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위는 조금만 더 멀리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한번 오는 손님들도 단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성심껏 대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호객행위로 손님을 쫓는 그러한 행위는 그만했으면 한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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