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2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합의안이 유럽의회에서 채택되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급망 ESG 실사법’으로도 불리는 이 지침의 주요내용은 일정규모 이상의 EU 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 인권,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ESG’ 실사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벌금이나 민사상 책임 부과 등 지침 위반에 대한 명확한 제재조치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ESG에 소홀했던 기업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국내 여러 연구기관들은 향후 국내 경제에 가장 부담이 될 규제로 ‘공급망 ESG 실사법’을 꼽고 있다. EU로 수출하는 국내기업은 약 1만8000여개, 22년도 기준 수출액은 681억달러로 지리적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이 법으로 인해 여러 국내경제가 받을 파급력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공급망 ESG 실사법 외에도, 탄소국경세, 글로벌 ESG공시 인증 기준 마련 등 세계 주요국을 필두로 한 ESG 관련 각종 규제와 공시기준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은 ESG 경영으로 빠른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능동적인 ESG 관련 규제 대응,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전략 수립과 구체적인 실행 목표 제시, 정확한 공시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욱 시급해졌다.
한편, 올 7월에는 영국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북해 석유·가스 탐사·추출 사업 수백 건을 허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를 통해 일자리 5만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며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하지만, 탄소배출 감축 흐름에 역행하는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사업을 허가해 환경단체와 세계 주요기구의 비난이 거세다. 지난 2020년 영국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자국 내 기업들이 친환경 설비와 재생에너지 개발 등 장기적인 투자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결국 탄소중립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이러한 규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공사의 ESG 추진방향과 중장기 경영전략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U-ESG지수(UPA ESG Index)’를 마련해 운영할 준비를 마쳤다.
‘U-ESG지수’는 UPA의 고유한 가치체계와 특수성을 반영하여 자체 개발한 공사 맞춤형 ESG 경영성과 측정 도구로 E(환경) 부문 ‘항만 탄소배출 저감률’ ‘직영시설 전력 자립도’ 등 7개 지표와 S(사회, 안전) 부문 ‘협력·성과공유 활성화’ ‘공공기관 안전관리 등급’ 등 10개 지표, G(지배구조) 부문 ‘이사회 운영성과 평가’ ‘청렴도 조사 등급’ 등 9개 지표 등 총 26개의 ESG 핵심 성과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공사는 신규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 단계부터 ESG 방향성을 검토하기 위해 투자심사위원회 개최 시 해당사업의 타당성 평가와 근로자 및 협력사, 이해 관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환경적, 사회적 영향 등 ESG 관점의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평가하는 ‘ESG 영향평가’를 추가로 도입하기 위해 분주하다. 비록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된다.
EU에서 ESG 관련 합의안이 채택된 이유는 분명하다. 기업의 ESG 경영활동은 단기적인 성과나 특별한 이벤트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며 장기적인 시각을 통해 꾸준히 추구해야 할 방향이자 가치이다. 또한, 앞으로는 기업 경영이 그 자체로 ESG 경영이 될 때 비로소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을 관리·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울산항에 ESG 경영이 내재화 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는 협력과 상생을 다짐해 본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