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우리는 모두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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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우리는 모두 귀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0.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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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국 울산 학성고등학교 교사

충분하다. 이번 추석은 몸과 마음을 휘감고 있던 긴장감을 다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가족들을 만나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시간이다. 가족은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근원이다. 우리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나에게도 가족은 나를 세우는 곳이다. 가족은 나를 단단하게 다시 설 수 있게 한다. 고향 집은 상처로 위축되고 흔들렸던 나를 채우는 곳이다. 나를 위해 지극 정성을 쏟은 부모님이 있는 곳, 그곳에 계신 부모님의 눈동자 속에서 나는 나를 귀하게 어루만져주시는 마음을 만난다. 그 눈빛은 언제나 편안하고 따뜻하다. 이번에도 모든 순간 느낀 부모님의 깊은 사랑에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감춰 보기도 했다.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나의 모습이기도 한 형제들을 만나는 일은 또한 그 자체로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서로의 모습에서 서로를 만나는 시간 역시 지금의 나를 더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서로를 향한 애정으로 마음을 채워 우리는 모두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늘 시간에 쫓겨 헤어지기 바빴던 예년과 달리 이번 추석은 아쉬움이 남지 않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충만하다.

다시 일상이다. 일상은 온전히 나를 존중하는 곳은 아니다. 가끔은 생각과 마음이 부딪히는 곳이다. 함께하는 일상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나를 비껴가는 누군가의 시선은 나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상처와 시선은 다시 나를 지키기 위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로부터 비롯된 편견은 나에게 와닿고 나를 다치게 한 시선은 내가 다시 거기에 나의 생각을 더해 왜곡되고 커진다. 그리고 더 커진 편견의 힘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편견에 편승한다. 편견은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그리고 다시 그 힘에 나도 다친다. 우리들의 아픈 일상의 단면이다.

나는 귀한 사람이다. 아니 우리는 모두 귀한 사람이다. 타인의 눈빛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대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존재한다.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시선’ 속에 있다. 내가 있는 학교에서 나는 수도 없이 그리고 무심하게 아이들을 만났다. 같은 시선으로 인해 학창 시절 내가 외롭게 버텨야 했던 그곳에서 내가 다시 같은 시선으로 수도 없이 아이들을 만났다. 깊은 반성은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부끄럽다. 지금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나의 눈빛 속에서 귀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를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모두를 충만하게 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은 나로부터 가능하다. 그러므로 나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다짐으로 다시 일상을 시작하려 한다.

이현국 울산 학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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