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70)]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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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70)]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하는 사회
  • 경상일보
  • 승인 2023.10.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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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장수(張繡)는 중국 후한 말 조조 휘하의 장군이다. 처음에 그는 조조에 적대해 한때 조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적이 있다. 조조가 항복한 자신을 욕보이고는 은밀히 제거하려고 했을 때 장수는 조조를 기습해 조조를 경호하던 전위, 조조의 장남 조앙과 조카 조안민 등을 죽이고 조조를 다치게 했다. 이후 조조의 공격에 크게 패한 장수는 가후의 조언에 따라 조조에게 귀순하였다. 이때 가후는 장수를 설득하면서 ‘조조는 패왕의 품격을 지니고 있어 사사로운 원한은 풀고 세상에 덕을 보일 것이다’라고 했다. 조조는 자기가 아끼던 장수와 아들과 조카를 죽이고 자기를 다치게 했던 장수를 크게 환영해 중용하였고, 장수의 딸을 며느리로 삼았다. 이후 장수는 조조를 위해 많은 공을 세웠다.

아끼던 장수와 아들과 조카를 죽이고 자기까지 다치게 한 사람을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조는 왜 장수를 받아들였고, 높은 지위를 주고 사돈을 맺었을까? 가후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조조에게 있어 장수가 그에게 끼친 행위는 사사로운 원한에 불과했다. 조조는 쳐들어온 적장의 아들과 조카 등을 죽인 장수의 행위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보았다. 또, 세상이 알아주는 최고의 명장이자 상대적으로 큰 세력을 가진 자신에게 그 정도의 피해를 주었다는 것은 장수가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고 보았다. 조조가 천하에서 제일 큰 세력을 갖게 된 데에는 그가 관용과 실리를 지닌 큰 인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에는 관용이 없다. 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에 덕을 보이는 큰 인물이 없다. 그저 네 편 내 편만 있고 작은 이익을 위해 거친 말과 품격 없는 행동을 절제 없이 쏟아내는 좁쌀 같은 정치인들로 가득하다. 사실 우리 삶에 정치 아닌 게 없다. 그만큼 정치가 중요한 것인데, 그 정치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수준이 일반인들보다 못하다. 그러니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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