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울산 의료인프라 확충 필요하지만 해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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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CEO포럼]울산 의료인프라 확충 필요하지만 해답은 아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0.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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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민 율제요양병원 대표원장

요즘은 누구나 손쉽게 대한민국에서 어느 병원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 수 있다. 필자가 돌보고 있는 수술 후 환자 중에도 많은 수가 수도권에서 수술 받고 내려와 입원 중이다. 지역사회에서 일을 할수록 울산이 아닌 다른 지역, 수도권에서 치료받는 환자를 마주하는 일이 많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울산의 의료인프라가 부족하기보다는 오히려 소위 말하는 이름있는 특정 병원, 의사에게 치료받을 목적이 크다.

스마트 시대에 흘러넘치는 정보 속에서 자기 몸을 최고의 시설, 최고의 명의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것이다. 울산지역의 의료인프라 확대가 필요하고, 또 추진 중인 일에 대해서도 여러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환자들의 수요를 보면 과연 울산의 의료인프라가 정말 모자란 건지, 단순한 통계일 뿐인 건지 의구심이 든다.

지역에 KTX가 개설되고, 고속도로가 개선되는 등 교통인프라가 발달하면서 다른 지역 병원 이용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차 의료 기관부터 3차 의료 기관까지 마음대로 병원이나 의사를 정할 수 있어 더욱 쏠림 현상이 생기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주치의 제도가 있어, 주치의의 의뢰를 통해서만 상급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모든 병원이 경쟁하다 보니 환자 유치를 위해 서로 열을 올린다. 모든 병원이 환자 유치를 위해 힘쓰다 보니 자연스레 전체 국민의 의료비가 증가하고, 정부는 재정문제로 의료수가를 낮게 유지하게 되어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진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방문 건수는 14.7회로, 회원국들의 평균인 5.9회보다 월등히 높다. 경증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수가 월등히 높다는 이야기다. 경증 환자가 몰리면서 중증 환자는 의료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이는 또다시 시설이나 병상을 개선하는 수도권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초래한다.

최근 정부는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지방 분원 개설시 사전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7년 국내에 일반병상과 요양병상을 포함해 약 10만5000 병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하고 전문가, 의료계 등과 논의를 통해 기본시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취지는 대형병원의 분원 설립에 제한을 두고, 지역별로 적정한 병상 공급을 계획함으로써 병상 관리체계 구축 및 적정 수준의 병상 유지를 위해 2024년 1월부터 이에 따른 병상수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병상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적정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시설 기준을 준수하도록 병상 관리를 강화한다. 울산에는 반가운 정책이다.

이제 앞서 말했듯이 울산 의료인프라의 수요와 공급을 생각할 때이다. 과연 울산은 충분한 수요 속에서 공급이 모자란 것일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울산의 의료인프라는 수도권, 다른 광역시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하지만 수요 또한 다른 지역보다 낮다. 분명 지역에서 해결하지 못해 수도권으로 가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이 있고, 전문 분야가 있는 대형병원에, 저명한 의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필요가 아닌 욕구로 인해서 지역 의료인프라가 아닌 다른 광역시, 수도권의 서비스를 원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의료인프라의 확대는 수도권 이상을 기준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을 예로 들자면 울산에 아무리 좋은 교육인프라를 제공해도 결국 강남 대치동이 존재하는 한 아무도 충분한 인프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 국가에서 수요와 공급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절한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명무실한 1차, 2차, 3차 병원의 ‘의료전달체계’같은 제도만 제구실을 해도 많은 것이 개선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처럼 눈앞에 보이는 일보다 근본적 원인에 관심을 가진다면 울산도 시민이 만족하는 충분한 의료인프라를 갖추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성민 율제요양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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