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21)]구절초와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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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21)]구절초와 쑥부쟁이
  • 이재명 기자
  • 승인 2019.10.0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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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태풍이 지나고 나니 구절초가 지천이다. 구절초(九節草)는 약효가 좋아 아홉번 꺾는 풀이라고도 하고 음력 9월9일 즈음에 꺾는 풀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부인병에 좋다고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했다. 9~10월에 줄기 끝에 꽃이 한 송이씩 핀다. 꽃잎은 처음에는 밝은 보라빛 기운이 감돌지만 차차 맑은 흰색으로 변한다. 예전에는 어머니들이 시집간 딸들에게 선모초를 다려서 먹였다.


보랏빛 너를 만나면/ 쭈글쭈글한 외할머니 냄새가 난다// 마음에 병이 깊어 누워 계셨던/ 엄마 입에 넣어주신 까아만 환약// 한 여름을 앓고 난 맥빠진 기운/ 시린 바람에 기댄 아낙네를 위해/ 세월을 달여 환을 진 구절초// 가을 들판에 나부끼는 널 만나면/ 들국화 여린 꽃잎이 아니라// 시린 속 덥혀 줄 한 줌의 환약 냄새가/ 마디 굵은 외할머니의 손길 같다

‘구절초’ 전문(목필균)

▲ 구절초


자갈밭 척박한 산비탈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구절초는 마디 굵은 외할머니 손길 같다. 한 여름을 앓고 난 맥빠진 딸 입에 넣어주는 까아만 환약, 마음의 병이 깊어 가는 딸의 한켠에는 외할머니의 마디 굵은 손길에 환약 냄새가 짙다.

구절초는 마디가 9개다. 중양절(음력 9월9일)에 채집해 쓰면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고 해서 구절초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조상들은 중양절에 구절초 국화전을 부쳐 먹거나 국화차를 만들어 마셨다. 옛날부터 여성질환, 면역력 강화, 성인병 예방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절초와 함께 흔하게 눈에 띠는 것이 쑥부쟁이다. 동생들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쑥을 캐러 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고 난 뒤 그 자리에서 꽃이 피었다고 해서 ‘쑥부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쑥부쟁이 꽃은 연한 보라색이다. 구절초도 처음엔 연한 보라빛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밝은 흰색을 띤다.

▲ 쑥부쟁이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무식한 놈’ 전문(안도현)

들국화가 피어야 가을이고, 들국화가 지면 겨울이다. 그런데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식물도감에 없다. 들과 산에 저절로 피어있는 국화를 우리는 그냥 들국화라 부른다.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벌개미취, 참취….

이번 가을에도 필자는 헷갈린다. 올해도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필자는 천상 무식한 놈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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