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해빙(having)으로 편안히 집중하기
상태바
[교단일기]해빙(having)으로 편안히 집중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3.10.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3년 전에 <해빙(The Having)>이라는 책이 출판과 동시에 유행했었다.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부유함을 누리는 방법과 마음에 관한 자기계발서이자 심리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부자가 되기 위해선 무조건 오늘 하루 애를 쓰고 열심히 하는 내일을 위한 희생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을 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해빙>에서는 이런 삶과는 반대되는 삶이 소개된다. 현재의 삶과 행복을 즐기고 더 큰 풍요로움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빙(having)’의 태도를 가지라고 한다. 나에게 무언가가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다는 ‘없음’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현실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행복해하는 마음을 가질 때 세상이 다르게 인식되고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리의 감정도 편안해지고, 편안한 감정 에너지에 생명력이 더해져 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처음 느꼈던 해빙의 편안함을 소환해 보고 싶었는지, 오랜만에 다시 읽다 보니 수능 시험이 코앞인 학생들 생각이 났다. 수능은 다가오고 마음은 긴장되고 불안하다 보면, 그동안 계획만 세워놓고 자신이 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후회만 점점 쌓여갈 수 있다. 시험 치는 순간에도 모르는 문제나 내용이 나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정확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그 짧은 순간에도 지난 시간 더 열심히 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거나 후회하기가 쉬울 것 같다. 사실 내가 그랬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험에는 모르는 내용과 문제가 당연히 나온다. 그럴 때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한 나를 책망하고 후회하고, 그 결과 시험 집중력까지 흐트러지는 것은 문제 풀이 과정이나 시험 결과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손해만 될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활용해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끝까지 자신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시험에 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더 좋은 시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앞서 말한 해빙의 편안함이 필요할 것 같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후회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한 확신으로 편안하게 시험에 집중할 힘과 태도 말이다. 긴장되는 고3 학생들의 마음에 해빙의 마음이 스며들면 좋겠다. 수능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낄 학생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했으면 좋겠다. 수능 시험 역시 자신의 인생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시험 치는 순간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에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당당히 시험에 임해보라는 응원을 꼭 전하고 싶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