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71)]낙민지락(樂民之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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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71)]낙민지락(樂民之樂)
  • 경상일보
  • 승인 2023.10.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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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제나라 선왕은 별궁에 맹자를 머물게 하고 때때로 찾아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때 나눈 대화 중의 한 토막이 <맹자> 양혜왕 하 4장에 나온다.

“군주가 백성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면 백성도 그 군주의 즐거움을 즐거워한다. 군주가 백성의 근심을 근심하면 백성도 그 군주의 근심을 근심한다. 즐거움을 천하 사람과 함께 하며 근심을 천하 사람과 함께 하고도 천하에 군주 노릇 (왕도정치)를 하지 못한 사람은 아직 없다. (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樂以天下 憂以天下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맹자는 백성은 나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군주가 나라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백성의 뜻을 따르고 백성의 즐거움을 함께 즐거워하면 백성이 군주를 따른다고 했다. 맹자의 “고대의 군주는 백성들과 함께 즐겼기 때문에 진정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오늘 왕이 백성들과 함께 즐기니 그야말로 세상의 왕이로다”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백성들과 함께 즐긴다는 것(與民同樂)은 맹자 인정(仁政) 사상의 한 부분이다. 맹자는 어진 정치라는 인정 사상을 기반으로 해 사상적으로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보고 백성을 중히 여기고 백성을 사랑하며, 군사적으로 전쟁을 피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백성을 도와주며, 경제적으로 백성을 잘 살게 하고 백성을 이롭게 해야 한다고 지배층에 권고했다. 북송 때 범중엄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나오는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을 나중에 즐거워한다”라는 구절은 이런 맹자 사상을 계승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대통령도 있고,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있고,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들도 있다. 모두 저마다 국가와 국민, 지역과 지역민들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들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와 각 지역은 모두 국민이, 지역민이 살기 좋은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가. 그렇지 않다.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간명하다. 국가의 중심은 국민이고 지역의 중심은 지역민이다. 그러니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은 국민의 뜻을 따르고 지역민의 즐거움을 함께 즐거워하면 된다. 지역과 지역민을 위하는 길도 마찬가지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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