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국내 여객선 건조(建造) 현황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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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국내 여객선 건조(建造) 현황과 미래
  • 경상일보
  • 승인 2023.10.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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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여객선은 승객을 태우고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을 말한다. 관광이나 레저 활동을 위해서 또는 육지와 섬,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객선 중에서 특정한 항구사이를 왕복하며 승객을 이동시켜주는 선박을 페리(ferry)라고 하며, 승객뿐만 아니라 화물운송을 위해 필요한 화물트럭과 승객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 모터사이클 등을 함께 선적하고 운행하는 선박을 카페리(carferry)라고 한다. 여행객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카페리가 출항하는 항구까지 이동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며 여행을 즐기려는 요구가 확산되면서 카페리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다 위를 여행하는 색다른 경험과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서 운항하던 카페리는 경제적,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 조선산업과는 동떨어진 열악한 수준의 선박으로 운영되었다. 왜냐하면 외국에서 건조 후 20년 가까이 사용하던 중고선박을 수입해 국내 여건에 맞게 부분적으로 수리, 변경해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여객선의 사용기한이 최근 25년으로 제한된 것을 감안하면 중고 카페리선의 선체구조와 기계적 성능 그리고 승객들이 사용하는 객실, 식당, 휴게실과 같은 선실공간 실내디자인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제1의 조선산업 국가에서 이런 수준의 여객선을 이용한다는 것이 심각한 모순이라고 느낀 적이 많다.

2016년 정부는 연안여객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국내 조선회사의 여객선 건조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8년 이후 본토와 제주도를 오가는 6척의 새로운 카페리선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되어 운항 중에 있다.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짧은 기간 안에 국내 카페리선의 기술적 성능과 선실공간 실내디자인 수준은 급격하게 발전했다. 물론 다양한 항로와 충분한 승객, 여객선 운영에 관한 오랜 역사와 풍족한 예산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여객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발전 속도와 결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카페리선의 건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일반적인 화물운송선박과 다르게 카페리선에서는 승객을 위한 선실공간 실내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고부가가치를 지닌 중형유람선(semi-cruiseship) 및 대형유람선(cruiseship) 건조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회사들은 20여년 전, 조선 산업의 미래인 크루즈선 건조 시장 진입을 앞다투어 표명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 시도와 결과는 없다. 물론 그동안의 경제적 여건 변화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준 높은 선실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실내공간디자인 능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재 개발과 수급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크루즈선과 관련해 축적된 기술 및 디자인 능력이 없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입 여건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조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건조된 최초의 크루즈선 ‘아이다·모두’호 건조 소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중국에서 자체 설계, 건조한 이 선박은 배수량 13만5500t으로 객실 2100개, 탑승인원 5200명 규모다. 지금까지 이런 규모의 대형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운항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 중국이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물론 중국의 크루즈선 건조는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유럽 크루즈선 디자인전문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달성한 것이지만, 이렇게 축척된 기술을 기반으로 또 다른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선도하던 조선 산업 구도와 경쟁력이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존의 상업용 선박과 다르게 크루즈선 건조 분야에서는 우리가 중국의 추격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60여년 전 울산 동구의 해변에서 시작된 조선산업은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발전을 견인했다.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울산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조선산업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여객선 건조능력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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