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부러울 것 없는 대구와 부산이 잠깐 부러웠다
상태바
[이런생각]부러울 것 없는 대구와 부산이 잠깐 부러웠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0.2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모두가 향유하는 행사는 1년 내내 지속되지만 상반기에는 주로 지역이나 생태에 초점을 맞춘 축제들이 많고 하반기에는 예술행사들이 더 많은 듯하다. 최근에 있었던 대구사진비엔날레와 부산국제사진제를 관람하고 돌아왔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국내 대표적인 사진 예술 행사로 2006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사진 비엔날레이다. 대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 교육기관이었던 ‘한국사진예술학원’이 설립된 곳이다. 그 때부터 시작된 ‘사진의 도시’라는 명성과 그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는 ‘다시, 사진으로!’라는 슬로건 하에 사진의 기계적 특성별로 챕터를 나눈 전시가 개최되었다. 보통의 비엔날레는 당대의 가장 큰 화두를 쟁점으로 담론을 펼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사진매체의 특성’ 그 자체에만 충실하게 집중하고자 했다 한다. 최다 관객 동원을 갱신하면서 일반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하니 사진만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알리고자 한 기획은 성공적인 듯하다. 또한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다양한 특강이 준비되어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부산국제사진제의 경우 민간주도형으로 시작되어 올해로 일곱 해를 맞았다. 민간주도형이기 때문에 조직위로부터 시작되는 자율성이 보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올해의 부산국제사진제는 ‘Visual Narrative’라는 타이틀로 개최되었다. 물질 그 자체보다 그것에 담긴 의미에 더 집중하고 그 의미에 가치를 부여해 서사를 만들어 내는 시대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와 이슈들을 시각적 서사로 펼쳐 보였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현장에서 기록된 사진들도 관람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방에서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두 사진 행사를 보고 있자니 울산만의 특색을 담은 사진 예술 행사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울산에도 사진을 매체로 활용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다만 울산에서 활발히 활동해 주기를 고대했던 젊은 작가들은 타지로 떠났고,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여전히 기술적 내공에만 집착하곤 한다. 물론 이것이 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며 사진 분야만의 문제 또한 아닐 것이다.

올해 여름 울산에서도 환경을 주제로 한 국제 사진 행사가 개최되었고, 9년 만의 재개였음에도 사진계의 호평 속에 마무리되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특강 구성과 같이 다양한 눈높이에 맞춘 교육 커리큘럼을 갖추고 부산국제사진제와 같이 자율성이 보장되어 행사의 존폐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진 행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관내 젊은 작가들에게는 작품 발표의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타 지역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기회를,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교육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울산에서도 현대 미술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