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디자인에 까다로운 나라
상태바
[경상시론]디자인에 까다로운 나라
  • 경상일보
  • 승인 2023.11.02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디자인이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신기한 물건의 정체에도 관심을 쏟았지만 별 것 아닌듯한 그것의 디자인에도 눈길을 떼지 못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사각형과 원이라는 기하의 조합이었지만 그 비율과 조합에 디자이너의 고심이 모두 녹아있는 것이다.

매년 새로운 차량이 나오고, 스마트폰이 출시된다. 엇비슷한 디자인임에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만큼 디자인에 민감한 세상이 된 것이다. 세대에 따라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디자인의 경향도 모두 다르다. 나라마다 시대별로 디자인은 양질감과 그 반대가 구별된다. 텔레비전에서 외국 거리를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 확연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미묘하게 구분이 된다. 이제 우리도 디자인에 눈이 많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래 디자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우리 기업들은 디자인 경영을 외치고 있었는데 미래의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혁신에 혁신을 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매년이다시피 나오는 제품의 ‘페이스리프트’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길을 나서면 우리는 다양한 모빌리티를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한 각종 탈것을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고, 차의 경우 내연기관 외에도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 다양한 탈것이 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이젠 지상뿐만이 아니라 흔히 보는 비행기가 점령하고 있던 공중에도 다양한 항공 모빌리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술 면에서 다양한 모빌리티가 등장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또는 그다음으로 다양한 디자인이 나서게 될 것이 분명한데 기업들은 혜안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리라.

한편, 부산시의회가 ‘부산광역시 디자인산업과 디자인 전문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개정해 공공분야에서 지역 디자인업체와 계약 체결 시 ‘산업디자인 개발의 대가 기준’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과업에 대한 명확한 지급 근거를 마련했고, 결국 지역 디자인업체는 과업에 대해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무형의 지식재산이다. 무형의 재산이다 보니 그 평가가 제각각이고 인식 수준에 따라서는 제값을 받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조례 제정이 시발점이 되어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건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제33회 세계디자인총회에서 세계디자인기구(WDO, World Design Organization) 이사로 선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57년 설립된 이 세계 최대의 국제 디자인기구에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이사를 배출한 바 있다고 한다. 현재 35개국이 참여하여 산업디자인의 진흥을 통한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주도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의 전자제품이 세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점과 국제기구 활동 등을 보면 우리나라 디자인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보호법은 “디자인의 보호와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디자인의 창작을 장려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되어 누차 개정 시행되고 있는 법률이다. 1908년 한국 의장령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특허법이 기술적 사상을 보호하는 법률이라면 디자인보호법은 물품의 외관을 보호하는 법률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특허법 못지않게 디자인보호법은 중요한 산업재산권법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한 자동차 회사 차량에 대한 평가가 “기술, 성능은 최고”였다가 “디자인 때문에 사는 차”로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앞부분은 특허, 뒷부분은 디자인인데 두 분야의 시너지가 발휘되어 지금의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으로 탄생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과거 고려청자와 달항아리의 나라 대한민국의 부흥이 멀지 않았다. 국가 기관과 기업 그리고 개인이 온통 디자인에 관심을 쏟는 나라, 디자인에 까다로운 나라, 그것이 미래의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