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문화벨트 강화해 울산도 문화도시 조성을]官주도로 원도심 낡은 건물 리모델링 문화의 거리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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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문화벨트 강화해 울산도 문화도시 조성을]官주도로 원도심 낡은 건물 리모델링 문화의 거리로 변신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3.11.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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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여관과 목욕탕 건물 금성장과 녹수장을 리모델링해 탄생한 ‘산지천갤러리’.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남짓 가면 제주 제주시 일도1동과 삼도2동에 자리한 제주 원도심이 있다. 고을 한량(閑良)들의 모임 장소였던 향사당과 조선시대 제주목의 관아, 국보로 지정된 관덕정 등 관아지가 모여 있는 이곳에 원도심 문화시설이 오밀조밀 모인 ‘제주 문화의 거리’가 있다.



◇옛 제주대병원에 둥지튼 예술공간 ‘이아’

예술공간 ‘이아’는 과거 관아의 일종인 ‘이아’(貳衙)가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가 지은 의료기관 ‘자혜원’이, 광복 이후에는 제주도립병원, 제주의료원, 제주대병원으로 명칭이 변경되면 꾸준히 현대식 건물로 변경됐다.

100년간 의료기관의 역할을 해 온 건물은 지난 2009년 제주대병원이 제주시 아라동으로 이전하면서 빈공간으로 남게 됐다. 이후 공간 활용방안을 찾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8억5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5층 규모의 건물 중 예술공간 이아는 지하층과 3~4층 등 3개 층을 사용한다. 건물 지하는 갤러리와 공연예술분야 예술인을 위한 연습공간이, 3층은 자료실과 교육실을 비롯해 예술을 토대로 작가와 지역민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4층에는 제주지역 작가 6명이 입주해 있는 레지던시와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지역민이 문화·예술을 체감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술공간 이아에서는 아이들이 문화·예술공간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상설 체험 공간인 ‘이아 놀이터’를 운영하고, 문화·예술 서적을 구하기 어려운 제주에서 관련 도서를 전시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아카이브도 꾸려놓고 있다. 또 청년·장애예술가의 작업 공간인 ‘아트랩’과 어린이·성인 대상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교육실도 마련돼 있다. 사진이나 영상 편집작업을 위한 장비와 시설을 갖춘 편집실도 준비돼 있다.

코로나 시기 새롭게 만들어진 치유 공예실 ‘예술보건실’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찾아와 모시로 조각보 이불만들기, 모시풀 전통 빗자루 만들기 등 공예활동을 하며 마음을 돌볼 수 있다.

예술공간 이아는 과거 병원이었던 만큼 계단 대신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덕분에 경사로를 따라 벽면에는 ‘이아’에서 진행한 어린이 예술 프로그램 결과물은 물론, 활동 흔적을 전시하고 있다.

▲ ‘예술공간 이아’는 과거 병원 건물로 사용돼 층간 이동을 위해 계단 대신 경사로가 조성돼 있다. 이곳의 벽면에는 어린이 참여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전시해 두고 있다.
▲ ‘예술공간 이아’는 과거 병원 건물로 사용돼 층간 이동을 위해 계단 대신 경사로가 조성돼 있다. 이곳의 벽면에는 어린이 참여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전시해 두고 있다.


◇여관·목욕탕의 변신 ‘산지천갤러리’

예술공간 이아에서 제주목 관아를 지나 제주항 방면으로 걸어 내려가면 옛 여관과 목욕탕 건물 금성장과 녹수장을 리모델링해 탄생한 ‘산지천갤러리’가 있다. 제주도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 등 도내 전시공간이 서쪽에 치우쳐 있자, 제주시에 공공성을 띈 전시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조성된 갤러리다.

게다가 산지천갤러리 인근은 제주항과 가까워서 과거 기피 시설이 많이 있다. 이에 문화를 통한 도시 재생 요구도 높았다. 제주도가 2014년 녹수장과 금성장 건물을 매입했고, 2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2017년 12월 산지천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산지천을 따라 만들어진 공원과 매력적인 산책로에 갤러리까지 지역민에게는 일상에서 휴식과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다.

▲ ‘산지천갤러리’에 마련된 공용공간 ‘코워킹스페이스’.
▲ ‘산지천갤러리’에 마련된 공용공간 ‘코워킹스페이스’.

갤러리 1층에는 카페와 함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스페이스가 있고, 2~4층은 전시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2층에는 제주 출신 사진가 김수남 작가의 기증 작품 등을 전시하는 ‘김수남관’이 있고, 5층에는 수장고도 마련돼 있다. 갤러리 내부는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돼 현대적으로 느껴지지만, 금성장과 녹수장 두 건물이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천장을 통해 과거 옛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산지천갤러리 1층에는 수십년전 산지천에서 빨래하고, 수영했던 시민들의 기억 속 ‘산지천’의 기록을 영상과 사진으로 전시하는 ‘기억공간’도 관람객을 맞는다.

갤러리는 다양한 예술가를 소개할 수 있도록 대관전을 비롯해 4·3 미술제, 제주아트페스타 등을 위해 전시공간을 내어주고, 한해 한차례 3달간 기획전시도 진행한다.
 

▲ 제주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갤러리 ‘스튜디오 126’.
▲ 제주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갤러리 ‘스튜디오 126’.

◇민간 주도로 형성된 문화공간들

예술공간 이아와 산지천갤러리 등 앞서 소개한 두 곳의 문화공간은 공공을 통해 조성돼 제주문화재단이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관 주도로 원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재생을 추진하자, 이를 전후해 이곳에 민간 주도로 갤러리와 공연장 등 문화공간이 차츰차츰 들어서고 있다.

산지천갤러리 맞은편 산지천을 따라 빨간 외벽이 인상적인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Ⅱ가 운영 중이고,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씨, 오래된 주택이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새탕라움과 스튜디오 126, 아트세닉, 그림책 갤러리 제라진 등이 운영 중이다. 산지천과 마주한 북수구공원에서는 야외 설치작품 전시와 공연도 열린다.

제주 원도심에는 이와 함께 독립서점과 아기자기한 소품숍, 카페 등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손혁준 예술공간 이아 매니저는 “공공의 영역에서 예술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확장성이나 예산의 운용 등에서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공동화된 원도심을 예술을 통해 재생하고, 주변 지역과 공생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은 공공에서 시도해야 할 역할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민간으로 확장될 때 진정한 도시재생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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