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은 권력이고 능력은 능력이다.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갑자기 특정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회사 사장이 자동차 산업의 모든 분야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가 해야 할 일은 자동차 산업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모으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리더들이 자신의 권력과 능력을 혼동한다. 마치 자기가 최고의 전문가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좋은 리더는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혜만 의존해서는 세상의 많은 지혜를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에만 의존해서는 더 큰 일을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는 리더보다는 경청하는 리더가 더 낫다. 말은 하면 할수록 자신의 지혜를 덜어내는 것이지만, 경청은 하면 할수록 자신의 지혜를 늘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최고의 리더는 자기 지혜를 버림으로써 더 지혜로워지는 사람이고, 자기가 능력을 발휘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일을 하게 하는 사람이다. 일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그가 일을 잘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리더 아닌 사람이 없다. 최소한 자신의 리더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은 신중한 판단, 분명한 결정, 빠른 실행이다.
신중한 판단은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들어야 할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 나보다 뛰어난 지혜를 가진 능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보다 능력 없는 사람 모아놓고 내 능력을 자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리더는 없다. 능력 있는 사람을 찾아서 자기를 위해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능력이 더 큰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지닌 사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