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불법주정차 문제, 현명한 행정이 필요하다
상태바
[발언대]불법주정차 문제, 현명한 행정이 필요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1.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동효 울산 동구의회 의원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견되는 불법주정차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민원이다. 2022년 국민권익위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민원 총 1238만건 가운데 48%인 601만건을 불법주정차가 차지했을 정도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공단을 오가는 화물차와 같은 대형차량의 외곽지역 불법주정차는 상습 민원이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도심 이면도로 곳곳을 불법주정차 차량이 점령하면서 도시 전체의 문제로 번지고 상황이다.

이 같은 불법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6대 금지구역의 불법주정차를 주민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를 운영 중이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민원 다발지역에 단속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는 등 단속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단속은 불법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 오히려 상권 쇠퇴 등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골목길이나 도로가 또 다른 상습 불법주정차 지역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지자체의 방침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울산 동구가 추진 중인 대송로 불법주정차 단속카메라(CCTV) 추가 설치 사업도 적절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구의 관문인 대송로에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쾌적한 거리를 만들겠다는 게 동구청의 생각이지만 단속카메라 설치 예정지 170여명의 상인들은 이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역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권이 불법주정차로 단속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차공간이 없어 예약이 취소되거나 당일 방문한 손님도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손님들의 경험이 악순환되면서 상권은 날이 갈수록 쇠퇴 중이다.

상인들은 상가 인근에 조성된 일산복개천 공영주차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불법주정차의 근본적 문제라 지적한다. 83면 규모인 이 주차장은 오전 9시가 지나면 만차가 되는데, 타지역에서 동구로 출근하는 차량의 월주차가 많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월주차로 낮 시간대 상가 이용객의 주차공간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불법주정차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문제 해결이 단속보다 우선이라는 게 상인들의 의견이다.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차공간 확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차량 1대당 필요한 주차면을 3면 정도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증가한 자동차 수에 비해 주차면의 증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동구처럼 울산 내에서 가장 좁은 면적을 가지고 있고, 도시가 노후화된 곳은 특히 심각할 수밖에 없다.

동구는 일본처럼 도시 곳곳에 소규모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IT 기술을 접목한 주차 공유제, 여유 있는 시간대 도로의 합법적인 주차를 허용하는 탄력적인 노상주차장 등 대규모 주차장 건립이 아니라도 추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일산복개천 공영주차장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존 주차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주차하려는 차량의 수가 주차면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현재 상황에 도심의 주차난과 불법주정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행정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특히 쾌적한 주정차 환경 제공은 동구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관광산업 성공을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단속과 주차공간 확보라는 두 가지 난제 사이에서 현명하고, 효율적인 행정이 무엇인지 동구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동효 울산 동구의회 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