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고령화 시대의 1인가구, 그리고 ‘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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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고령화 시대의 1인가구, 그리고 ‘내 집’
  • 경상일보
  • 승인 2023.11.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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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얼마전 119 대원 한 분과 이야기하던 중 들은 이야기다. 그 분이 근무하는 지역이 고령자가 많은 외곽지인데, 몸이 불편한 독거 노인 한 분이 계셨다. 그 노인은 간단한 가사일을 처리하기에 힘에 부치면 꼭 119에 연락을 한다는 것이었다. 냉정히 말하면 행정력 낭비겠지만, 대원 분은 이젠 정이 들어버려서 그 노인분의 연락이 한동안 없으면 괜히 불안하고, 노인이 사시는 집 근처로 출동가면 그냥 이유없이 한번 들여다보게 되더라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보여줬다.

주변에 혼자 지내는 분이 있으면 괜히 한번씩 생각이 나는 날씨다. 필자가 일하는 곳은 병원이기에 환자들 중에서도 퇴원 후 혼자 지내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그 중 몇몇 분들은 애매한 사각지대에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오늘은 이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임종을 집에서 맞이하는 경우보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다. 퍼센트로 치면 75%가량으로, 30년전인 1990년대 초반이 20%대였으니 그 기간 동안 완전히 역전이 됐다. 그렇게 나이가 들수록 집보다도 병원이 더 가까워지게 된 우리나라 문화지만 그렇다고 집보다 병원이 더 좋다는 분들은 잘 없다. 고령이 되면서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계셔야 하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집에 계시고자 하는 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 서울대학교병원이 발표한 가정방문팀 사례 강의를 들은적 있는데, 그 환자분들은 급성기 단계는 벗어났기에 본원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것은 한사코 거부하셨던 분들이다. 그분들이 바라는 것은 ‘내집’에서 지내는 것이었고 중증도가 있는 분들이었기에 방문에 의사가 동행했는데, 자료사진으로 본 그분들 집의 풍경은 의료기기가 빼곡한 병실에 가까웠다. 설명에 따르면 그분들은 낯선 병원보다는 그래도 내집이 좋다며 거기서 지내고 싶어하셨다 한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할 수 밖에.

필자의 병원에서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되는 분들이 계신다. 상태를 봐선 요양병원에 입소하셨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안하시고 퇴원하셨다가 처치가 필요하면 응급실 등에 방문해 치료를 받으신 후 귀가하시고 상태가 안 좋아지면 다시 병원에 입원하시는 일들이 반복된다. 사회복지센터 등에 연락을 해드리지만 그분들이 어디까지 케어를 해드리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실 이런분들을 위해서 있는게 가정간호인데 환자 한명을 방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그에 따르는 수가 문제 등의 이유로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중증환자는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가 본 서울대학교 병원의 사례가 중증환자에 해당되는데 그 사례들 역시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는 것이었다. 관련된 환자들 중엔 중증이 아니어도 요양병원 입소대상에 해당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많다. 몇몇 요양병원들에서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퇴원환자들을 대상으로 방문을 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이 분들이 나중에 돌봄이 필요하게 될 나이가 된다면 병원에서 지내기보단 각 개인의 가정에서 지내고자 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상황이 굉장히 복잡미묘해지는 것이다. 이건 어느 정도 정해진 미래이고 그런 상황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까진 그리 머지않은 듯 보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미래의 병원들은 병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환자실의 역할은 커지겠지만, 나머지 병실들은 개개인의 집이 그 역할을 하게 될 듯하다.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할 것이다. 이미 방바닥에 센서를 설치해 걸음걸이가 이상하면 AI가 자동 분석을 해서 알람을 근처의 치료센터로 연락하는 기술 등 혼자 지내는 분들의 안전을 위한 기술들이 수년 전부터 개발 중인 것을 봤다.

필자가 근무하는 울산병원에도 심전도를 분석해 심정지가 올 확률이 높아지면 AI가 분석해 알람을 울리는 프로그램을 지역 최초로 적용한 바 있는데, 이에 연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아마 기술이 많은 것을 해결할 날이 오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술은 기술 하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각 사회의 제도적, 문화적 상황과 같이 맞물려야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해결법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그분들이 지낼 적합한 의료기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각각의 가정에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역시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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