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57·끝)]겨울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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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57·끝)]겨울의 햇살
  • 경상일보
  • 승인 2023.12.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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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은 울산과학대학 교수·문학박사

이제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12월이다. 2023년도 한 달 이내 마무리하고, 근하신년 연하장이 집으로 배달될 시간이다. 세월은 화살처럼 날아가는데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아쉽다. 문득 어릴 때 초겨울 오후에 툇마루에 앉아 짧은 다리를 흔들고 있으면 햇살이 얼굴을 어루만지는 따사로움을 즐겼다. 차가운 날씨에 햇볕은 따뜻한 난로를 안고 있는 느낌이다.

초겨울에 비추는 햇볕과 연계된 낱말을 찾아보았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최종규, 2016)>에는 ‘해, 햇볕, 햇빛, 햇살, 햇발, 햇귀’의 단어를 한 꾸러미로 묶고 있다. 해와 관련된 낱말의 사전적 의미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용한다.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이다. 햇볕이 들다. 햇볕을 쬐다. 햇빛은 해의 빛. 햇빛이 비치다. 햇빛을 가리다. 햇살은 해가 내쏘는 광선. 따가운 여름 햇살. 햇살이 퍼지다. 햇발은 사방으로 뻗친 햇살. 눈부신 아침 햇발. 햇귀는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 이처럼 사전적 의미와 간단한 예시를 보았다. 이 기회에 <우리말의 발견(박영수, 2023)>에 햇볕과 관련된 낱말이 있어 인용한다. ‘아침에 해가 솟아오를 때의 햇볕’의 의미인 ‘돋을볕’이 있고,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거나 그늘진 곳에 닿는 작은 햇볕’이라는 뜻인 ‘볕뉘’라는 아름다운 우리말도 있다.

겨울의 햇볕을 쬐다 보니 동짓날 팥죽도 생각난다. 2023년 동지는 12월 22일이다. 올해도 동지 아침에 팥죽을 끓여서 가족과 맛있게 나누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팥죽을 먹을 때 열심히 찾는 것이 ‘새알심’이다. 찹쌀가루를 버무려 둥근 구슬 모양으로 만들어 팥죽에 넣어 조리해 먹는다. <우리말 어원사전(조항범, 2022)>에 찾아보면 새알심이 들어있는 팥죽을 ‘새알 팥죽’이라 한다. ‘새알심’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언이 있다. ‘새알심’이 사전의 표제어다. 우리 지방에 통용되는 ‘새알’은 강원과 경상도 지역의 사투리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사고한다. 인간의 사고작용에 관한 여러 학설이 있지만 ‘사피르-워프 가설’이 있다. 인간의 사고 과정이나 경험 양식은 언어에 의존한다는 학설이다. 에스키모의 언어에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현재 내리고 있는 눈, 질척거리는 눈 등 세부적으로 표현한 단어만 수십 개 있다. 이런 원리라면, 우리가 우리말을 챙겨 활용하는 것이 우리 생각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윤주은 울산과학대학 교수·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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