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은 비도 많이 오고, 비교적 따뜻했던 것 같다. 기상청의 ‘2024년 겨울 기후분석’ 자료를 보면 겨울철(2023년 12월~2024년 2월) 전국 강수량이 236.7㎜로 역대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고 한다. 겨울철 평균 강수량이 89㎜임을 고려할 때 2.7배 많이 온 것이다. 비가 온 날도 31일로 평균 19일을 훌쩍 뛰어 넘었다.
온도 또한 역대 두 번째로 따뜻했다. 전국 평균 2.4도로 2019년 2.8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도 높았다고 한다. 해수면 평균 온도는 최근 10년(2014~2023년) 평균인 12.1도보다 0.2도 높았다고 한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이러한 따뜻한 겨울은 비단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따뜻한 2월이었다고 한다. C3S에 따르면 지난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 2월 평균보다 1.77도 높았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 1.5도로 온도 상승 폭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2월 한달 평균이긴 하지만 벌써 그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한파와 폭우, 이상저온과 고온 등 극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지난해 12월21일 한달치 평균 강수량(65㎜)에 해당하는 비가 1시간 만에 내렸고, 필리핀 남부에선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92명의 생명을 앗아 가기도 했다. 사막 한복판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지난 3월9일 폭우와 우박 등이 쏟아져 도시가 온통 물 바다가 됐다고 한다. 6시간 동안 50㎜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국가 전체 연간 강수량(120㎜)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무분별한 개발과 산업화의 영향으로 문명은 빠르게 발달했지만, 자연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오르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 속에서 산림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림이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실 산림의 역할은 단순한 탄소흡수원에 그치지 않는다. 산림은 생태계의 핵심으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생산하며 생물다양성과 비옥한 토양의 원천이다.
산림청 연구자료에 따르면 도심 속 허파와 같은 도시숲은 여름철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 완화하고, 습도를 9~23% 상승시키는 기후완화 기능이 있으며, 도로변에 침엽수림 조성시 자동차 소음을 7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나무 1그루가 연간 이산화탄소 2.5t을 흡수하고 산소 1.8t을 방출하며,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는 대기정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등 심리적인 안정효과를 통해 정서함양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러한 때에 폐선된 울산 북구의 동해남부선 부지에 ‘기후대응 울산숲’ 조성은 정말 시의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울산숲은 총 3개 구간으로 1구간 이화정구간과 2구간 신천·호계구간은 조성이 완료되었고, 3구간인 송정구간은 금년에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울산숲을 통해 미세먼지가 차단되고, 녹색의 숲을 통해 시민들에게 쾌적함과 안정감을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명주 NH농협은행 양정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