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전기를 사용할수록 돈을 받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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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전기를 사용할수록 돈을 받는 제도
  • 경상일보
  • 승인 2024.06.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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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전기요금이 걱정이다.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에너지 원재료 가격이 폭등했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의 전기생산비용이 대폭 증가했다. 그래서 가정용 전기요금도 KWh당 40.4원이 올랐다. 그러나 이 역시 연료비 증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상태라 현재 한전은 4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전기요금을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가상승 등으로 팍팍한 가정경제에 또 하나의 짐이 더해질 전망이다.

그래서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방법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플러스 DR’이라는 제도로 전기를 쓰는 만큼 돈을 주는 제도다. 전기를 사용하는데 요금을 받지 않고 돌려준다니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맞다. 원칙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소리다. 그러나 요즘의 전기상황에서는 말이 되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해서 재생에너지의 증가로 인해 생기는 일시적인 전기과잉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실 전기요금체계에서는 2014년부터 DR(Demand Response, 수요반응)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전기공급능력에 비해 전기사용량이 폭주할 때 미리 약속한 수요처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그러면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2014년부터 도입되었는데,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사용자가 계약을 통해 수요반응 자원을 구성하고, 전력거래소의 감축 요청에 따라 전기사용량을 감축한 후 그 감축량만큼 돈을 받는다. 과거 발전설비용량이 충분치 않을 때, 혹서기나 혹한기 냉난방 수요가 급증할 때 수요를 감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유용했다. 또 이것은 최대 수요량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신규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 발전이 대폭 증가하면서 전력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설비용량은 총 148GW다. 원자력 26GW(17.6%), 석탄 39GW(26.3%), LNG 43.5GW(29.4%), 신재생 32.5GW(22%), 수력 등 7GW(4.7%)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대 전력 사용량이었던 2022년 12월23일의 94.5GW 보다 50GW 정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력거래소에서 잘만 관리한다면 전력수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전력이다. 태양광은 낮에는 강력한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지만 일몰 이후,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전력을 생산해낼 수 없다. 풍력도 바람이 불다 말다 하기 때문에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즉 하늘이 껐다 켰다 하는 전력인 셈이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는 수단이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에너지저장장치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밧데리’라 부르는 협의의 ESS와 양수발전, 그리고 수소가 있다. 수소는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만들어 저장했다가, 그 수소를 이용해 수소터빈이나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에너지저장장치가 충분하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비싸거나 효율성도 높지 않다. 수소의 경우 전기로 수소를 생산했다가 다시 전기를 생산한다면 약 50%의 에너지가 낭비된다고 한다. 그래서 전기량을 직접 통제하려는 것이다. 우선 전기량이 많을 때 전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이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20%에 달하는 제주에서는 지난해 출력제한(curtail)이 181회나 발생했다. 또 다른 방법은 필요시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된다. 이것이 앞에서 말한 플러스 DR이다(이에 비해 기존의 DR을 표준 DR이라 한다).

지난해 동서발전은 11개 기관이 참여한 시범사업을 통해 이 제도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울산에서는 유니스트, 문수축구경기장, 롯데정밀화학, SNF코리아, 진양화학, 용연수질개선사업소, 천상정수사업소, 울산과학기술원이 참여해 추석연휴나 공휴일 낮시간 전력사용으로 수익을 얻었다. 올해 4월부터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었는데 한국무브넥스, 코닝정밀소재, 동국제강, KG스틸을 더해서 총 12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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